[인터뷰] 김태훈, 악역도 선역도 제 옷처럼 입는 천생 배우

노윤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09-11 16:52:58

[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김태훈은 다양한 역할을 고루 소화해낸다.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일말의 순정’ 속 설렘을 유발했던 정 선생님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나쁜 녀석들’ 속의 악역 오 검사로 기억되는 배우. 김태훈을 만나기 전, 그의 진짜 얼굴이 궁금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훈은 연신 미소 짓는 얼굴이었다. 실물이 훨씬 멋있다는 기자의 말에 “언제쯤 TV에서 잘생기게 나올까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고,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니까 즐겁다며 유쾌하게 웃기도 했다. 그가 극 중에서 보여줬던 수많은 악인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온전히 ‘김태훈’만 남은 순간이었다.

김태훈은 지난해 말부터 올 여름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MBC 드라마 ‘앵그리맘’, JTBC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그리고 tvN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까지, 한 작품이 끝나면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야 하는 일정이었다. 중간에 영화 일정도 있었다. 스케줄은 빠듯했지만 다행히 작품들이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나 보다.

“다 좋은 작품들이었어요. ‘사랑하는 은동아’는 기대만큼 시청률이 계속 올라가진 않았지만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워낙 많았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고,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죠”

연달아 몇 작품을 찍었으니 쉬고 싶은 마음이 조금쯤 없었을까. 하지만 김태훈은 ‘사랑하는 은동아’가 끝나자 바로 ‘신분을 숨겨라’로 시청자들을 다시 찾았다. 대체 어떤 점이 그렇게 끌렸느냐 물으니 “‘나쁜 녀석들’ 팀이에요. 그래서 했어요”라고 생각보다 싱거운(?) 이유를 전하며 웃는다.

“‘사랑하는 은동아’랑 ‘신분을 숨겨라’가 거의 동시에 이야기가 됐었어요. ‘신분을 숨겨라’에서는 그렇게 큰 역할이 아니라고 말씀을 하셨었고, 또 워낙 좋은 팀이어서 시놉시스도 안 보고 결정을 했어요. ‘사랑하는 은동아’에 피해 안 가게 스케줄도 조정해주신다고 했고요. 신뢰로 한 작품이에요”

“금방 죽는 역할이라서 (스케줄이) 괜찮을 거라고 하셨는데…. 중간에 내용이 약간씩 수정이 된 것 같아요”(웃음)

김태훈은 ‘나쁜 녀석들’, ‘앵그리맘’을 통해 극의 갈등을 유발하는 악역으로 등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에서는 삐뚤어진 방법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한 남자로, 그 다음 작품에서는 극비 특수 수사팀 경찰로 분해 이전의 이미지를 지우고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짧은 기간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줘야 했던 일정에 부담감이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김태훈은 마음을 움직인 작품들을 만났기에 캐릭터에 녹아드는 데 그렇게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은동아’는 대본이 읽을 때 마음이 움직여졌어요. 눈물도 나고. ‘신분을 숨겨라’는 사건들이 있으면 그 안에서 민태인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었고, 또 처음 하는 팀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갔던 것 같아요”

“몰입하기 위한 노력이요? 몰입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대본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고, 거기에 제가 겪어온 경험이 반씩 잘 섞여서 (캐릭터를) 고민하고 상상해요. 대본을 계속 숙지하고 읽으면서 상상하고. 대본이 저한테는 제일 큰 지침서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모든 역이 다 재밌어요. 비열하고, 지질하고,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모습 모두 사람 안에 있는 모습이니까, 어렵기도 하지만 시도 자체가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어떤 역이든 일정 부분은 다 제 모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보시는 분들이 제일 좋아하셨던 모습은 ‘일말의 순정’ 속 선생님을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악역부터 정의로운 역할까지 그의 연기 변신에 시청자들은 찬사를 보냈지만, 스스로가 보기에는 부족한 것뿐이다. 때문에 가족들이 모니터해주는 것도, 자신이 모니터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제가 연기한 걸 보는 게 쑥스러워요. 별로 안 좋아해요. 한 번 딱 보고나면, 다시 돌려가면서 보진 않는 것 같아요. 안 보게 돼요. (…) 배우는 일단 찍으면 끝나는 거잖아요. 저는 연기하는 그 순간에 명확하게 표현을 하는 데 집중하면 되는 것 같아요”

“다 부족해 보이죠. (연기가) 비어보이니까 속이 쓰리고”

“만족했던 장면이요? 멀리서 뒷모습으로 나올 때.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휠체어 타고 멀어지는 그 뒷모습이요”(웃음)

김태훈은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오히려 ‘무한도전’,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을 더 잘 챙겨본다며 의외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있었던 ‘무한도전’ 가요제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모습이 ‘정말 팬이구나’ 싶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 박진영 씨가 나갔잖아요. 마침 제가 그때 강원도 쪽에 있었어요. 시청자로서 줄을 서서 보러 갈까 했는데, 마침 무대 도입부에 엑스트라처럼 파파라치 퍼포먼스를 도와주는 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거라도 할까, 진짜 하루동안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렇게라도 볼까 하고. 그런데 줄을 서서 몇 시간 기다려서 봐야지, 그건 ‘무한도전’ 정신에 어긋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하루 전부터 많이들 가셔서 아예 못 갔죠”(웃음)

김태훈은 그저 연기로 인정받고 싶고, 연기 외에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 천생 배우의 느낌을 풍겼다. 쉴 때는 그저 자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고, 인기에 대한 실감도 잘 못하는 편이다.

인기에 연연하거나 어떠한 배역에 욕심내지는 않는다. 다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보면 관객 입장에서 반갑고 즐겁다가, 똑같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부럽고 괴롭다. 다른 후배들은 배우 김태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정작 본인은 후배에게 연기에 대한 조언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기도 연기를 잘 모르겠어서. ‘천생 배우’ 김태훈에게 어떠한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최민식 선배님, 김윤석 선배님, 이런 분들은 사석에서 봐도 정말 멋있어요. 저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하죠. ‘신분을 숨겨라’ 때 이경영 선배님도 만났는데 역시나 너무 좋더라고요. 재미있게 하시는 와중에 한 마디씩 던지시는 것들이 제가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하고”

“요즘 드는 생각은 매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마음의 크기도 커지고, 사석에서 봐도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선배님들처럼 그런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배역이 커질수록 사람이 보이는 거니까요. 선배님들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진=박푸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