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김정은, “‘여자를 울려’, 계산을 포기한 작품”

노윤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09-14 19:09:08 수정시간 : 2015-09-14 19:21:17

▲사진 : 별만들기이엔티 제공
[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역시 김정은이었다. 드라마에서 완벽한 열연을 보여준 것에 대한 찬사만은 아니다. 작품 밖에서 만난 김정은은 극 중 차분하고 무거웠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주위 사람들까지 유쾌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김정은에게 ‘여자를 울려’는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었다. 당연히 걱정이 됐고 부담스러웠다. 오랜만에 컴백하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채우지 못할까봐 우려됐고,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정은에게 ‘여자를 울려’는 참 잘 만난, 고마운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극 중 김정은은 전직 형사로, 아이를 잃은 엄마로,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학교 앞 밥집 아줌마로, 그리고 사랑에 상처 받고 사랑으로 치유 받는 한 여성의 모습을 표현해내야 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고, 격렬한 액션 장면도 소화해야 했기에 체력적으로 버거웠다.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 하지만 3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마음을 동하게 했을 만큼 정덕인이라는 캐릭터는 김정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여성이 주체가 되는 스토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여성 캐릭터는 문제를 위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있잖아요. 제 취향의 문제인 것 같은데,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순간에 이 시놉시스를 받았고, 제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었고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솔직히 말하면 (극 중 아들의 죽음에 얽힌) 너무 큰 사건들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매력 있는 캐릭터네’라는 생각도 들었고, 제가 의외로 한 번 꽂히면 무모하게 용기를 내는 스타일이라 까짓 거 해보자는 기분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 처음에는 저 자신한테 갇힐 뻔했어요. 너무 다행인 건 몸으로 배우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그 과정이 좋은 게 혼자 사로잡히고 무게 잡는 데서 벗어날 수 있어요. 일단 배울 걸 배우자 해서 액션 배우고 요리 배우고 애들이랑 즐겁게 촬영을 했는데, 언젠가 걱정했던 씬들이 다가올 걸 아니까 목이 조이는 기분이었죠”(웃음)

▲사진 : 별만들기이엔티 제공
다행히 부상 없이 작품을 마쳤지만 액션이 많았던 만큼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다. “액션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라며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말했지만,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대역 배우들이 두 번이나 부상을 당했고, 액션 기술이 없으니 가짜로 때리는 척도 못하고 진짜로 상대 배우를 때려야 해서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모성애’를 표현해내는 것에 비하면 차라리 액션은 쉬운 편이었다. 아직 미혼이고 아이도 없다. 더군다나 그냥 모성애도 아니고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을 담은 절절한 모성애다. 때문에 김정은은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을 버리고 ‘저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묻기를 반복했다.

“(연기가) 하면 할수록 더 그래요. 제가 아는 저는 소모할 대로 소모한 것 같아요. 본인이 아는 본인은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모르고 살아갈 뿐이지 내가 모르는 나도 존재해요. 배우 입장에서는 그걸 누가 꺼내주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연기를 하면 할수록 많이 들어요.이제는 제가 잘하는 특유의 무언가를 아무리 보여줘 봤자 어떻게 더 할 수가 있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이걸 극복하나 하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길을 걸었던 것 같아요. (…) 감독님한테 많이 의지했고, 감독님도 손을 잡아주시려고 많이 노력을 해주셨어요. 오래 했다고 모든 걸 다 알 것 같잖아요. 천만에 말씀이에요, 새로운 걸 받으면 저희도 다 백지예요. 살아보지 않고 해보지 않았잖아요.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이건 이 정도면 되죠’라고 하는 순간이 가장 나빠지는 순간이 아닐까요“

“처음 대본 받았을 때 ‘이 마음이 어떨까’ 계산하다가 그만 뒀어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서 닥쳤을 때 해결을 하자 했는데, 그 씬이 다가오는 게 지옥 같았어요. 이걸 어떻게 찍을까 싶었죠. 1, 2회에 민호라는 아이를 통해서 세상의 엄마를 대변하는 느낌으로 오열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내 아들이 아닌데 왜 이 일로 오열을 하게 될까요?’라는 생각을 계속했었어요. 이성적으로 ‘얘가 여기에 왜 와 있나, 민호를 괴롭힌 당사자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울부짖음을 여기 와서 표현하고 있지?’라는 기분이 계속 들었는데, 그날 아침에 눈을 딱 뜨는 순간부터 ‘어쨌든 나는 엄마다’라는 그 문장이 하루 종일 맴돌았던 것 같아요. ‘나는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다’ 이 문장에 용기를 얻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일단 부딪혀보자 하고 했죠. 정신줄 살짝 놓고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까 제가 울고 있더라고요”

“제가 ‘내 아들 살려내라’를 몇 번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크게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고. 정말 정신줄을 놨던 것 같아요. 하고 났더니 시원했어요. 그래도 다시 하고 싶진 않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