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진구, “‘서부전선’ 속 영광, 저와 많이 닮았어요”①

노윤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09-29 17:04:28 수정시간 : 2015-09-29 17:11:01

[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여진구는 아직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고등학생이다. 동시에 2005년 영화 ‘새드 무비’로 데뷔해 어느덧 11년차가 된 경험 많은 배우이다. 마냥 어릴 것만 같다가도 작품 속에서는 온전히 제 한 몫을 해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더 이상 아역배우라는 수식어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배우, 여진구를 설명할 때 이 한 단어면 충분하다.

올해 초 ‘내 심장을 쏴라’로 관객들을 만났던 여진구가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마치고 다시 영화로 팬들을 찾아왔다. ‘서부전선’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담은 영화.

20·30대 여성 팬들까지 그를 ‘진구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어른스럽고 묵직한 이미지를 가진 여진구가 ‘서부전선’에서는 실제 자신과 같은 나이의 북한군 영광 역을 맡아 어리숙하면서 풋풋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과 닮은 점이 많아 더욱 끌렸다는 영광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캐릭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졌다.

“영광이 저랑 비슷한 행동을 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선택했었어요. 성격보다는 겉모습이나 행동이 저랑 비슷했죠. 내가 만약 영광의 상황이라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면 저도 영웅이 되기보다는 그렇게 두려워하고 살기 위해 행동했을 것 같아요”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년 같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어리바리한 느낌을 많이 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긴장한 것이 아니라 의욕은 가득하지만 몸은 마음대로 안 따라주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 ‘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왔다’는 대사도 영광이 제대로 이해를 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외워서 하는 느낌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억양도 좀 더 세게 하고, 톤도 좀 경직되게 했어요”

힘들지 않은 촬영이 있었겠냐마는 ‘서부전선’ 촬영 역시 힘든 점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북한 사투리로 연기를 해야 했고, 설경구(남복 역)와 쫓고 쫓기는 장면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영화 속 흡연 장면은 금연초를 피우면서 찍었는데, 촬영 현장에서도 뭉클함이 느껴져 아끼는 장면 중 하나지만 고약한 냄새 때문에 힘들었던 장면이기도 했다. “담배가 금연초랑 비슷하다면 저는 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하지만 무엇보다도 ‘서부전선’은 여진구에게 있어서 연기하는 방식에 변화를 시도한 작품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전까지는 맡은 캐릭터를 머릿속에서 계산하고 인물의 감정을 차곡차곡 정리했다면, 이번 영화 작업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감’대로 행동했다. 천성일 감독 역시 계산된 움직임을 원하기보다는 여진구가 현장에서 느끼고 움직이도록 맞춰줬다.

“전작에서는 인물에 대해 철저하게 연구를 하고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약간 빙의된 느낌으로 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많이 헷갈렸었어요. 저 혼자 생각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떨어져있었고, 제 생각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서부전선’을 통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 제 감과 다른 분들 조언을 잘 섞으면 앞으로 더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틀을 갖추어야 불안해하지 않고 그 인물 안에서 놀 수 있는 편인데, 이번 캐릭터는 틀이 안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저 혼자 선은 그어놓고 가끔 나갈 때도 있고, 들어오기도 했었는데, 그게 좀 더 현장감도 살지 않았나 싶어요. 또, 예전에는 캐릭터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들어서 내 옆에 두고 친구처럼 지냈다면, 이번에는 저 자체를 영광이처럼 꾸며서 연기를 했어요”

그동안 해왔던 틀을 깨기란 쉽지 않다. 연기하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도전’을 한 것이었다. 첫 시사 당시의 떨림이 다른 때와는 또 달랐을 터. 이번 영화 속 본인의 연기를 본 후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현장에서는 걱정이 많았었어요. 제 연기적인 부분도 걱정이 됐었고, 이정도 표현이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었거든요. 감으로 연기한 게 많아서 현장에 맞춰서 촬영을 하다 보니까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이 정도면 표현이 된 건가, 너무 많이 표현을 한 거 아닌가 싶은 장면들도 있어서 긴장을 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다행히 제가 생각한 것보다는 편집을 잘 해주셨더라고요.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남복 역을 맡은 설경구와의 호흡 역시 좋았다. 영화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기도 했고, 현장에서의 ‘감’으로 작업한 여진구에게 무엇보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중요했을 터. 다행히 대선배와 작업한다는 압박감은 없었고, 오히려 경력 많은 선배 설경구 덕에 몰입도도 높아졌고 연기 역시 더 자연스럽게 나왔다.

“형님 따르듯이 편하게 촬영했어요. 특히 연기할 때는 안정감이 있었고, 선배님은 현장에서도 남복 그 자체였기 때문에 쉴 때도 재미있었어요.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확실히 선배님한테 기대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편한 부분도 있어요”

캐릭터에 자기 자신을 대입시키며 촬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광에 녹아들었고, 그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갔다. 전쟁이 남기는 상흔에 대해서도 보다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집에 가고 싶다’는 그 마음이 너무나 절절하게 와 닿아 찍으면서도 먹먹한 순간들이 많았다. 10대 끝자락에 만나 시기적으로도 특별한 작품. 여진구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서부전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 또래 친구들도 그렇고, 이십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쟁에 대해 그렇게 깊게 생각하신 분들은 없을 것 같아요.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 보니까 전쟁이 가슴 아픈 일이라는 건 알고 있으면서도 감정적인 공감은 저도 크게 없었는데, 이번에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어요. 학도병들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프고 전쟁이 진짜 쓰라린 상처라는 걸 깊게 생각해 보게 됐죠”

“이번 작품은 저한테 많은 의미가 있어요. 연기적인 방법도 그렇고, 처음 시도해보는 게 많았어요. 저와 닮은 캐릭터를 언젠가 맡아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도 몰랐고, 생각보다 더 저와 닮아있어서 놀랐고, 군인 역할도 처음이었는데 재미있었어요. 또, 남복과 영광이 가지고 있는 마음, 집으로 가고 싶다는 그 마음이 정말 ‘사람’ 같았어요”

(사진=민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