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병헌 "'내부자들' 안상구, 처음엔 매력 없었어요" ①

전윤희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1-09 14:47:24 수정시간 : 2015-11-09 15:17:51

[헤럴드 리뷰스타=전윤희 기자] “버텨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면…” 그리고 긴 침묵이 흘렀다. ‘50억 협박 사건’ 이후 첫 인터뷰. 영화 이야기를 하며 여유가 넘쳤던 것과는 달리, 그간 버틸 수 있었던 힘을 묻는 질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대답했다.

“버티지 않으면 어떡할까. 버티지 않으면 죽는 데. 예를 들면 죽는 게 있고 사는 게 있어요. 그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둘 중의 하나를 51%의 생각으로 선택을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51%만큼만 행동하는 것보다 51%의 이유로 선택했지만 열심히 해야지 그런 생각을… 간혹 유명해져서 싫다는 생각도 있지만 내 삶이 이렇다는 걸 인정 해야죠”

영화 ‘내부자들’은 이병헌에게 여러모로 더 남다른 영화가 될 것 같다. ‘내부자들’ 촬영 중 사건이 터졌고, ‘협녀, 칼의 기억’과 ‘터미네이터:제네시스’ 때와 달리 언론인터뷰도 진행했다. 여전히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지만, 언제까지나 바쁜 스케줄을 이유로 한발 물러나 있을 수는 없었다.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로 정치, 언론, 재벌, 조폭, 검찰까지 유착관계와 그 속에서 복수를 하려는 안상구(이병헌)의 이야기를 그린다.

“걱정했던 거에 비해 의외예요. 재미 없게 보실 줄 알았거든요. 저나 (조)승우나 믹싱도 안되고 아무 것도 안 된 버전을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서로 ‘영화 큰일났다’ 그랬어요. 무슨 얘기하는지도 모르겠고 지루하다고 느꼈거든요. 유머코드도 의도했던 것처럼 안 살고…. 아쉬운 것들이 많았어요”

“애초 버전이 3시간 40분인데 관계자들이 처음 안에서 봤을 때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농담처럼 ‘1, 2편으로 나눠서 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2시간으로 줄이면 문제가 많아지잖아요. 앞뒤 연결도 그렇고. 무슨 얘기하는지 빠지면 설명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캐릭터를 이 신, 저 신 모아서 입체화시키려고 했는데 사건과 관계없는 캐릭터에 도움 되는 신들은 1번으로 삭제됐어요. 배우들에게도 아까운 신이 많아요”

“보니까 신도 많이 날아갔지 지루해보이기도 하지 약간 고민을 좀 했어요. ‘뭐 이렇게 영화 후져’ 이런 소리만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승우는 심지어 ‘시사 때 봐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런 생각도 했대요(웃음). 근데 다 보고 나서 ‘재밌다’ 이러더라고요”

“제가 느끼기에도 약간 좀 몰아치는 힘은 있더라고요. 여러 버전이 있었어요. 캐릭터를 살린 버전이 있고 시나리오 순서 그대로 편집한 게 있고…. 이 버전은 시나리오와 다른 버전이에요. 시나리오는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해서 입체적이지만 복잡했거든요. 그게 너무 복잡할까봐 거의 시간순서로 편집했어요”

이병헌은 ‘내부자들’에서 대기업 회장과 정치인에게 이용만 당하다 폐인이 된 정치 깡패 안상구 역을 맡았다. 깡패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장, 그리고 폐인이 된 후까지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기했다. ‘이병헌이 아니었다면 누가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안상구가 처음부터 이런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한다.

“세 캐릭터 중에 안상구가 제일 재미없지 않나 생각했어요. 원 시나리오에는 유머코드도 없고 ‘그냥 영화광인 정치깡패가 복수를 꿈꾼다’는 캐릭터였어요. 그냥 깡패 같은. 그러니까 배우가 할 것도 없을 거 같고 이강희(백윤식)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왜 재미있을까’ 생각하다가 되게 현실적인 얘기를 질퍽하게, 현실적으로 잔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영화잖아요? 관객들은 너무 힘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뭐 하나라도 덜떨어진 캐릭터가 하나 있어서 때로는 그 사람 때문에 관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지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감독님께 안상구 캐릭터에 색깔을 입혀보자고 얘기했고 그게 약간 덜떨어진 것 같은 유머들. 지 딴에는 완벽하게 모두를 다 복수할 거라고 생각한 그런 전략이었는데 뒤통수 맞고 또 당하고 다 보이는 짓을 해버리니까 그게 그 캐릭터의 매력일 수도 있었을 거 같았어요. 시나리오는 너무 재밌는데 역할은 매력이 없었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안상구다. 안상구의 스타일링부터 애드리브까지 이병헌의 제안으로 캐릭터가 완성됐다.

“안상구가 영화광에 패션에 집착하는 그런 캐릭터인데 그런 것들이 다 잘렸어요. 지 딴에는 되게 집착하는데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되게 후진 그런 느낌이에요(웃음). 다른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에 대해 감독님이 얘기 안하셨는데 팔이 잘리고 처음 등장했을 때 안상구의 모습에서 센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케이프 피어’에 로버트 드니로 사진을 보여주셨어요. 그래서 긴 장발이 탄생한 거죠. 뒤에만 붙인 가발이에요(웃음)”

“워낙 단순한 캐릭터였는데 거기에 나사하나 빠진 것 같은, 영화 속 대사 ‘여우같은 곰’처럼 그런 캐릭터를 입혀보자고 해서 만든 거예요. 다시 안상구 대사를 쓸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어요. 애드리브도 하고 새롭게 아이디어 내고 상황 만들고 이러면서 해나갔기 때문에 ‘내가 상상했던 캐릭터만 생각하자’고 생각했어요”

“왼손 젓가락질 연습을 많이 했는데 정갈하게 집어먹으면 안상구가 아닐 거 같았어요. 집게 집듯이 이렇게 집어서 퍼먹었죠. 정신병원 신이 있었거든요, 바로 손목이 잘리자마자 조상무가 정신병원에 집어넣어요. 정신병원 몽타주가 있었는데 되게…. 나중에 만약에 3시간 40분 짜리 디렉터스컷이 나오면 보실 수 있겠지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신인데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게 하지는 못했는데 잘리고 나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이려고 오른손이 올라갔다가 문득 느끼는 좌절감이나 허무함 같은 것들이 보여 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없었어요”

인터뷰 ②에서 계속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