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병헌 "'내부자들' 조승우 영화라고 생각해요" ②

전윤희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1-09 15:17:27 수정시간 : 2015-11-09 15:18:04

[헤럴드 리뷰스타=전윤희 기자] ‘내부자들’을 보다보면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꼭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 점이 ‘내부자들’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힘 아닐까.

“사실 ‘부당거래’나 막 사회성이 짙고 비리를 고발하는 류의 영화들이 어느순간부터 되게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일은 아니죠. 그만큼 사회가 뭐가 잘못 되어 가고 있으니 그런 영화가 나온 게 아닌가…. 이런 영화는 없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사회성 짙은 영화는 처음 출연해봤어요. 사투리도 처음이었고. 처음만나는 배우들이 대부분이었고. 조승우씨와 백윤식 선생님과 처음이고 이경영 선배 빼놓고 나머지 조연, 단역들 다 처음 보는 분들이에요. 근데 한 신 나오는 단역들까지도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하지?’ 깜짝 놀랐어요. 영화 촬영 중간 지점에 편집한 걸 봤는데 중간이었는데 이미 2시간 40분이었다(웃음). 그때 처음 본 배우들을 많이 봤다. 그때 좀 자극받았죠.

자신을 버린 이들을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는 안상구는 다른 영화에서 복수를 꿈꾸는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2%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한다.

“고민이긴 했어요. 보통 ‘악마를 보았다’의 캐릭터도 복수심 하나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밀고 나가잖아요. 우울하고 복수에 가득 찬 눈빛, 무표정 이런 걸로 일관되잖아요. 보통 복수 영화들이 대부분 그런데 안상구는 복수가 가장 큰 목표인데 그 과정 속에서는 삶이 보여요.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그런 지점이 ‘관객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어찌 보면 그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원하는 복수가 1년 후에 이루어지는 거면 계속 ‘복수’ 이러고만 있지 않을 거 같아요. 살아가야 하니까. 그렇게 설득 했어요 내 자신을. 큰 목표를 두더라도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었어요”

“‘내부자들’에서 좋은 사람은 없어요. 누가 더 나쁘고 덜 나쁜 차이인 거 같아요. 그렇게 따지면 그나마 안상구는 나쁜 짓도 진짜 많이 했겠지만 약간의 정의는 있고 의리 같은 게 있고….이엘 씨와 관계가 어떤 사람은 그걸 멜로 코드로 보기도 하는데 멜로 코드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안상구의 의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내가 예전에 알던 사람에 대한 의리? 인간미 같은 게 약간씩만, 과하지 않게”

‘내부자들’ 처음 완성 버전이 무려 3시간 40분. 2시간 10분 가량의 최종 완성본이 만들어지기까지 편집도 많이 됐다. 이병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질문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요? 아… 없어졌어요. 상황상으로 기자회견 가기 직전에 어떤 기자 하나를 독대하는 장면인데. 어두컴컴한데서 느와르 느낌이 나요. 얼굴 클로즈업해서 계속 혼자 얘기해요. ‘차이나타운이라고 봤어요?’ 그렇게 시작하는데 영화얘기를 쫙 해요. 그러면서 의수를 싹 돌리고 ‘난 내 손이 좋아요’ 자기가 왜 복수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에 빗대어 하는 어떻게 보면 되게 폼 잡는 신이고 약간 멋 부리는 신이고 영화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신인데 그 신이 날아갔어요. 몇 번 얘기했는데 감독님뿐만 아니라 편집실에서 계속 보는 관계자들이 결과적으로 방해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본다면 전체적인 성격이나 다를 수도 있는 게 영화는 현실에 딱 붙어 있잖아요. 첫 신은 너무 느와르같고 장르를 결정지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의 신이라고 봤나 봐요. 시간도 넘치는데”

‘내부자들’을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 마치 누가 더 연기를 잘하나 대결의 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백윤식 선생님은 리액션이 약간 어려웠어요. 우리가 승우하고 백윤식 선생님과 사는 게 아니니까 혼자 연습하고 ‘이런 톤으로 대답 하겠구나’ 상상하며 읽게 되는데 상상하는 거랑 하나도 맞은 게 없었어요. 특히 백윤식 선생님은. 묘한 뉘앙스의 대사법이. 묘한 호흡과 알듯 모를듯한 웃음과…. 거기서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어떻게 내가 리액션 해야 하지? 다음 대사 어떻게 쳐야되지?’ 영화 보고 나니까 진짜 조용조용 표정변화도 없이 저렇게 에너지가 퍽퍽 올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륜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백윤식 선생님과 할 때는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처단하는 거기 때문에 기싸움 같은 걸 느낄 수 없었어요. 강변에서 우장훈(조승우)과 소리 지르고 그럴 때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었죠. 거기서 막 욕하고 둘이서 막 뭐라고 할 때는 애드리브도 많이 섞여있고, 그때 되게 ‘이 배우 참 좋은 배우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모든 신에서 부딪혔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연기 잘하는 친구구나’ 했지만 화면을 보고는 ‘진짜 좋은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부자들’은 조승우 영화라고 생각해요. 너무너무 잘해요. 승우 씨는 되게 구렁이 담넘어가듯 하는 연기의 능숙함이 있어요. 참 자기 걸로 잘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화를 잘 시키는 구나’ 곱씹고 곱씹어서 뱉어낼 때 자기화 되어 나온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런 능청스러움이랄까 그런 것들이 되게 좋아보였어요. 자연스럽고”

‘50억 협박 사건’ 이후 이병헌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 개봉까지 약 일주일 남짓. 이병헌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또 대중들은 ‘내부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회성 있고 비리를 고발하고 이런 영화니까 이런 이유로 선택한 건 아니고 가장 단순한 거예요. 영화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재미예요.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 기준으로 크게 잡아요. 무조건 재미있다고 해서 재미있는 것 중에서도 ‘하게 될 거 같다’는 영화라는 느낌이 있어요. 재밌다고 생각해도 연이 안 닿는 작품도 있고요. ‘내부자들’은 두 가지 느낌이 다 있었던 거 같아요”

“말하고 싶은 게 있는 영화도 있고 그냥 보고 느껴지는 대로 느꼈으면 좋을 것 같은 영화도 있는 거 같아요. 굳이 말하고 싶었던 건 없어요. 그냥 제가 시나리오 선택했던 이유처럼 씁쓸함이 남는 영화지만 현실을 반영한 영화기 때문에…. 그래도 보는 동안은 신나고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