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동원, 그가 말하는 배우의 책임감

노윤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1-11 17:05:30 수정시간 : 2015-11-11 17:17:32

[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늑대의 유혹’ 속 강동원이 우산 안에서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던 관객들 대부분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강동원의 미모는 그대로다. 때문에 강동원이 나오면 일단 그 작품은 화제가 된다.

하지만 극장을 찾는 모든 관객의 강동원의 미모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다. 강동원은 데뷔 이후 작품 활동을 게을리 한 적이 없고, 도전하길 주저했던 적이 없다. 그 모든 경험이 그의 안에 쌓여 ‘내공’이 되었고,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하게 하는 힘을 갖는다. 그래서 강동원은 ‘배우’다.

‘검은 사제들’ 역시 강동원의 ‘배우’로서의 행보에 닿아있는 작품이다.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퇴마’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독특한 소재이니만큼 호불호가 갈리기 쉽지만, 강동원은 “그렇다고 안 찍을 순 없잖아요”라고 말한다.

“계속 똑같은 영화만 찍어대면 그걸 제일 싫어하는 분이 관객 분들이에요. 낯선 걸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영화만 찍을 수는 없고요. 이런 영화들을 많이 봐주시면 좀 더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러려면 다양성이 있으면서 잘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 저희가 잘 만들면 보러 오시겠죠”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던 ‘검은 사제들’은 개봉 이후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직 영화가 개봉하기 전 시점, 인터뷰 당시 강동원에게 첫 시사를 마친 소감을 물으니 “좋았어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편집본 봤을 때도 되게 좋았어요. ‘흥미롭게 편집이 잘 됐네’ 싶었어요. 아쉬운 점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면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김윤석, 강동원이라는 배우들의 이름, 그리고 ‘퇴마’라는 흥미로운 소재는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때문에 개봉 전부터 작품에 쏟아지는 관심은 지대했다. 그런 관심은 반가우면서도 배우나 감독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화제가 아닌 것보다는 너무 좋고요. 혹시 실망하실까봐 걱정은 되지만, 어쨌든 새로운 것에 도전을 했는데, 거기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니 좋죠. 예매율 안 올라오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웃음)

강동원은 영화 속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김범신 신부(김윤석 분)의 보조사제로 선택된 신학생 최준호 부제 역을 맡았다. 액션 장르에 비해 몸이 덜 힘들었을지언정, 최 부제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더욱이 천주교 신자가 아닌 강동원에게는 낯선 것들 투성이였다.

“액션이 당연히 육체적으로는 더 힘든데요, 최 부제 감정선도 처음 시도해보는 극한의 감정표현이어서 그것도 힘들었어요. 쉽진 않았어요”

“생소한 단어들도 많았고, ‘신부들이 왜 외국어를 이렇게 잘 써?’ 싶었죠. 그런데 실제로 많이 쓰시더라고요. 라틴어는 기본으로 배우시고요”

“중국어 기도문은 원래 안 하기로 했었는데, 촬영을 하다 하다 기도문이 부족해지니까 중국어밖에 안 남아 있었어요. (…) 다행히 중국어는 제가 따로 연습을 해놨었어요. 중국어 선생님이랑 따로 연습을 해놓은 게 있어서 현장에서 이야기해서 한 거예요. 그런데 막상 녹음할 때 되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오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무슨 중국 사람이냐고, 어떻게 하냐고 말해서 줄였어요. 영어면 보고 하겠는데 중국어는 성조 때문에 못해요. 감독님이 막 던지는 스타일이세요”(웃음)

‘검은 사제들’을 위해 강동원은 실제 신부님을 찾아가 며칠에 걸쳐 이야기를 듣는 등 작품과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한 노력은 선배 김윤석, 후배 박소담과의 호흡에서 시너지를 발휘했다. 특히 김윤석과는 ‘전우치’에 이은 두 번째 호흡, 친한 만큼 한결 편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순서로는 제가 먼저 캐스팅돼 있었어요. 사실 감독님은 윤석 선배님을 확고히 원하시고 제 캐릭터는 좀 열려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캐스팅은 제가 먼저 됐죠”

“윤석 선배님과는 가끔 만나서 술도 한 잔 하는 사이에요. 연기할 때도 편하죠. 원래 윤석 선배님이 상대방 연기에 터치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친하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죠. 서로 아이디어는 자유롭게 주고받는 편이에요”

‘검은 사제들’에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 속에서는 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내포되어 있다. 강동원 역시 ‘만약 속편을 생각한다면 결말이 열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속편 제작이 영 가능성 없는 일만은 아님을 암시했다.

“속편 계획은 잘 모르겠어요. 속편은 액션 영화로 가자는 제안을 제가 하긴 했었어요. 왜냐하면 이런 영화가 없었잖아요. 잘 되면 새로운 장르를 만들 수 있는 거니까. 이게 잘 되면 할 이야기가 더 많죠. 여러 가지 종교의 악령들이 등장할 수도 있고. (…) 우리나라에 판타지 액션이 별로 없잖아요. (흥행이) 잘 안 됐었고요. 만약 이게 잘 되면 속편에서 더 재미있게 할 이야기가 많아요”

‘검은 사제들’은 익숙한 듯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장르이다. 더욱이 이번 작품이 장편 영화 입봉작인 신인 감독 장재현이 연출을 맡았다. 아무래도 우려가 되지 않았을 리가 없을 터. 이 같은 질문에 강동원은 가감 없는 솔직한 답변으로 자신의 작품관을 밝혔다.

“제작사가 저와 5작품을 한 곳이에요. 감독님도 그 전에 잠깐 뵀었는데 ‘영화 잘 찍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일단 이 영화에 대한 단편도 있었고요. 안전하게 갈 만한 요소들이 있었죠”

“그 다음 작품도, 지금 찍고 있는 것도 다 신인 감독님들하고 찍고 있어요. ‘초능력자’도 신인 감독님이셨고, ‘의형제’도 장훈 감독님 두 번째 작품이었고요. (…) 아무래도 이 분들이 뭘 할지 모르니까 새로운 면이 있죠. 또 제가 이제 30대 중반인데 한창 일을 할 나이대잖아요. 같이 작업하는 게 재미있고 좋아요. 선배님들이 많이 이룩해 놓으셨고 저희한테 많이 열어주셨잖아요. 당연히 선배님들과 하는 것도 좋고 많이 배우는데, 한편으로는 저희 세대끼리 잘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고, 제 후배들은 더 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강동원은 2003년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 시간과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내실을 다져 강동원의 연기는 한층 더 깊어졌다.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도 김윤석, 박소담과 합을 맞추는 데서 경력 13년차의 내공이 느껴졌다.

또한 강동원은 한 작품을 책임지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언론시사회 당시 “나는 상업 배우”라고 했던 발언에 대해 분명한 뜻을 밝히며 자신의 작품관을 드러냈다.

“제가 찍는 영화가 상업영화라면 대중한테 다가가는 게 중요하고, 제가 찍은 게 독립 영화라면 메시지가 더 중요하겠죠. 다 떠나서 상업 영화라고 하면 투자를 받아서 찍는 영화인데, 그걸 관객들을 외면하고 찍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제 돈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제 맘대로 찍겠죠.(웃음) 저를 믿고 투자해주신 분들이 있을 텐데, 생각 안 하는 것도 무책임한 것 같아요”

“제가 상업영화만 하겠다는 건 아니고, 완성도 있고 좋은 영화를 하겠다는 거예요. 실제로 단편 영화도 했었고요”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 속에서 함께 예식을 치르면서도 김 신부를 믿지 못하는 마음, 진실과 마주하며 두려움에 떠는 모습, 능청스러운 웃음 뒤에 트라우마를 감춰둔 여린 구석까지, 떨리는 눈동자와 불안에 찬 표정으로 고스란히 표현해냈다. 강동원의 미모를 보러 갔을 관객들까지도 나올 때는 그의 연기력을 칭찬하며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외모로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지 물으니 “그건 데뷔 때부터 듣던 이야기라…”라며 그저 웃는다.

“더 잘할 수밖에 없죠. 부담감 가진다고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답이 나와 있는 거잖아요. 잘해야죠”

“관객들이 기대하는 게 분명히 있단 말이에요. 외모이든 연기적이 것이든 거기에 맞춰서 하는 거고, 변화도 (관객들이) 서서히 받아들이도록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강동원 영화’라고 했을 때 기대하는 점이 있을 텐데, 너무 확 바뀌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변화를 안 하는 건 아니에요. (…) 저는 항상 그렇게 일을 했거든요? 안 어울리는 것도 하고 싶고, 남들이 안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면 더 하고 싶고”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 이후에도 영화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현재 ’검사외전‘ 촬영을 끝내고 ’가려진 시간‘ 작업에 들어간 상황. 그저 반짝 빛나는 ’스타‘가 아니라 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은 그의 행보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곧 그를 브라운관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브라운관 복귀 계획이요? 제가 계획을 잡는다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죠. (가능성은) 열려는 있는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사진=양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