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정음, “‘그녀는 예뻤다’ 통해 모든 걸 다시 얻은 기분”①

노윤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1-18 18:06:46 수정시간 : 2015-11-18 18:22:48

[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또 ‘대박’을 쳤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였다. 어느 순간부터 황정음이 나온다고 하면 그 작품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연기를 시작한지 어느새 10년, 황정음은 ‘믿고 보는 배우’가 되어 있었다.

지난 11일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황정음은 김혜진 역을 맡아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마음껏 뽐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황정음 역시 하루에 한 시간씩밖에 못 자는 강행군 속에서도 감사하고 행복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제정신으로 연기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 잠을 너무 못 자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마지막 회를 보니까 혜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내기 싫더라고요. ‘내가 언제 또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마지막 방송을 봤어요. 드라마 작업이 참 매력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올 초 황정음은 ‘킬미, 힐미’라는 작품 한 편을 마쳤다. 이후 3년 만에 영화 ‘돼지 같은 여자’가 개봉해 해당 일정을 소화했다. 잠시 휴식기를 가질 법도 하지만 그녀는 또 다시 드라마 현장으로 돌아갔다. 일단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리고 조성희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사실 많이 쉬고 싶었었어요. 저는 항상 그래요. 이번엔 쉬어야지 하고서는 작품을 하고 있어요. 이번 작품은 대표님이 계속 하자고….(웃음) 조성희 작가님과 ‘지붕 뚫고 하이킥’을 같이 했었고, 일단 대본을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하이킥’ 끝나고 가벼운 거 안 하려고 달려왔는데, 이번에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싶어서 하게 됐어요”

자신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지붕 뚫고 하이킥’을 함께 했던 조성희 작가와의 두 번째 호흡이었다. 또한 황정음은 이번 작품을 통해 ‘킬미, 힐미’에서 남매로 분했던 박서준과도 재회했다. 익숙하고 편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작업이었기에 황정음에게는 ‘그녀는 예뻤다’가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서준이랑은 정말 잘 맞아요. 제가 딱 하면 척 알아듣고, 연기할 때 오고 가는 재미가 있어요. 제가 연기에 대해 평가할 군번은 아니지만 ‘저 나이에 너무 잘한다, 참 잘 되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연기할 맛이 나게 해주니까 참 감사했죠. 그리고 서준이가 마지막 방송 끝나고 ‘누나, 내가 연기 못하는 부분을 채워줘서 고마워’라고 했는데,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참 좋았어요”

“서준이가 채워준 부분이요? 많아요. 서로 의지하면서 챙겨줬어요. 눈치도 진짜 빠르고, 센스 있고, 고마운 친구예요. 잘 따라와 주고, 믿어주고, 현장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요”

뿐만 아니라 고준희, 최시원과의 호흡도 좋았다. 고준희와는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우정으로, 최시원과는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배우들 간의 호흡이 너무 좋아 김혜진-김신혁(최시원 분)의 러브라인을 응원한 사람들도 많았을 정도. 이에 황정음은 “저는 누구랑 연결돼도 좋았죠. 두 멋있는 남자 사이에서 완전 행복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시원이랑 찍을 때 너무 재미있었어요. 시원이는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연기할 때 생각하는 것 없이 그냥 열심히 해요. 계산하는 것 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저는 대사 NG는 잘 안 내는데 시원이랑 할 때는 웃음이 터져서 NG를 너무 많이 냈어요. 현장이 정말 즐거웠어요. 시원이는 너무 사랑스러워요. 덕분에 너무 즐겁게 했어요.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신경질 났다가도 시원이가 웃겨주면 막 웃었죠”

“저도 아직 어린데 처음으로 다 후배였어요. 젊은 기운을 받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지갑 열 일이 너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나이 들수록 말은 줄이고 지갑은 열라고 했거든요. 열심히 소처럼 일해서 지갑을 많이 여는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웃음)

유쾌한 현장 분위기는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현장이 즐거웠던 만큼, 작품도 매회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뤘다. ‘그녀는 예뻤다’는 폭소를 유발하는 코믹한 장면들로 사랑을 받았던 바, 황정음은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망설임 없이 ‘자일리톨 앞니씬’을 꼽았다.

“자일리톨 씬 완전 기억에 남고요, 신혁이가 귓속말 한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작가님이 글을 너무 잘 쓰셔서 정말 다 명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할 게 별로 없었어요. 대본대로만 하면 되니까. 저는 애드리브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작가님이 공들여서, 저보다 오백만 번 더 생각해서 쓴 글일 텐데, 더 하거나 덜 하는 것보다 대본에 들어있는 뜻을 이해해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대사도 너무 좋았고 (작가님과) 빨리 또 작품 같이 하고 싶어요”

주연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 그리고 개성 강하고 통통 튀는 조연 배우들의 활약, 젊은 감성으로 무장한 대본과 연출. 연기, 극본, 연출 삼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그녀는 예뻤다’는 놀랄 만한 시청률 반등을 이루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했다. 초반 성적표는 아쉽기 그지없었지만, 단기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던 배우들과 제작진의 열정이 결국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었다. 황정음 역시 극을 이끌어가야 할 메인 캐릭터를 맡은 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임했다.

“4.8%로 시작했을 때 전혀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이지만 저는 잘 될 줄 알았어요. 조성희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고, 제가 ‘하이킥’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고 있고, 입봉 감독님의 열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 시청률이 올라갈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자만이 아니라 믿음이었던 것 같아요”

“작품이라는 건 한 명만 잘해서 잘 되는 작업은 아닌 것 같아요. 캐스팅을 감독님이 너무 잘하셔서 쑥쑥 진행이 됐어요. 이번 작품은 각자 자리에서 한 명도 어긋나는 것 없이 자기 역할을 잘 해줬어요. 잘 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항상 제가 하는 작품은 무조건 잘 된다는 생각으로 해요. 현장에서 분위기가 안 좋아도 저는 잘 안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해요. 전 좀 즐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또 시청률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 번도 시청률에 연연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시청률 40% 나온 ‘자이언트’도 잘 나오는 구나 싶었지 그거에 대해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4.8% 나왔을 때도 ‘다음에 5.5%만 나와도 시청률 올라간 게 티가 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똑같이 생각하셨어요. 그런데 작가님은 속상해서 펑펑 우셨대요”

대본에 매료돼서 출연을 결정했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말할 정도로 김혜진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극 중 김혜진은 사춘기를 지나며 외모가 ‘역변’하는 인물. 망가져 봤자 얼마나 망가지겠냐는 생각은 첫 회부터 깨졌다. 잔뜩 부풀린 곱슬머리에 홍조 띤 볼에 난 주근깨까지. 황정음 자신은 망가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지만, 그래도 ‘예뻐 보이고 싶은’ 여배우로서 걱정이 없을 수가 없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망가진 역할이어서 걱정되고 우울했어요. 물론 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하진 않으셨겠지만, (감독님하고 작가님이) 시안을 보내주셨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거예요. 사실 ‘여자 배우는 예뻐야 하는데, 시청자들이 과연 채널을 안 돌릴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되긴 했죠. 그리고 준희는 되게 예쁜데 옆에서 못생기게 나오면 어쩌나, 혼자 걱정을 많이 했죠. 그래서 ‘못생겼지만 성격까지 궁상맞게 가진 말자, 못생겼다고 주눅 들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못생겼는데 행동은 자신감 있는 그런 부분이 매력 있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을 했죠. 그리고 작가님이 너무 사랑스럽게 써주셔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그녀는 예뻤다’는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자연스럽게 결말에 대한 관심도 커져갔다. 항간에는 결말을 두고 새드 엔딩이 아니냐는 이야기부터 ‘김혜진 유령설’까지 다양한 추측이 나오며 드라마 팬들이 추리 본능을 자극했다. 하지만 정작 연기를 하는 황정음은 결말에 신경 쓰는 대신 자신이 자리에서 그저 묵묵히 할 일을 다 했다. 이 역시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저는 그냥 연기만 열심히 해요. 대분이 이렇게 저렇고 신경 쓸 시간에 제 것만 열심히 해요. 제가 할 몫을 생각해서 제가 작품에 해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되도록 제 것만 생각해요.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나오고 내용이 어떻게 되든 그건 작가님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결말을 다 궁금해 하잖아요. 저는 안 궁금해요.(웃음) 저는 쉽게 ‘감독님, 이거 아니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한 건데, 감독님이 그걸 갖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작품이 산으로 가거든요. 저는 그런 것도 조심스러워서 (드라마 내용이나 결말에 대해) 이야기 안 해요. 그냥 믿고 가요 (…) 저는 해피엔딩이 좋았어요. 시청자들이 바라는 결말이고, 저는 제목이 좋아서 이 작품을 한 것도 있는데, 새드엔딩이면 제목이랑 안 어울리는 것 같고요”

좋은 사람들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작품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중요한 게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그녀는 예뻤다’는 황정음이라는 배우에게, 그리고 개인에게도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건 너무 많죠. 연기에 대한 재미를 다시 느꼈고, 내가 이렇게 힘든데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겼고, 사랑도 많이 받았고, 모든 걸 또 다시 얻은 것 같아요”

(사진=박푸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