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정음, 스타가 아닌 배우로 발전시킨 그녀의 ‘욕심’②

노윤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1-18 18:06:55 수정시간 : 2015-11-18 18:22:50

[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황정음은 솔직하고 당당하다. 스스로도 ‘계산할 줄 모르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적어도 제 몫은 다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황정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을 포장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공을 들이며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는 작품에 임하는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황정음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이어 성공을 했다. 그래서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대중의 신뢰와 기대감을 방증하는 듯한 이 수식어는 배우에게 더할 나위 없는 찬사이지만,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황정음은 평소 자신의 성격대로 이러한 평가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

“(대중의 기대를) 의식하면 어색한 행동이 나올 수 있으니까 그냥 원래 저 하던 대로 하려고요. 사람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잖아요. 지금 성공 못했다면 다음 작품으로 잘 하면 되는 거고, 이 작품 통해서 제가 더 늘면 되는 거고요. 다만 항상 생각하는 한 가지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대중분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걸 원하시니까 제자리에 있지 않도록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요. (작품의 흥행 등) 그 나머지 것들은 제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니까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그저 캐스팅되는 대로 작품에 들어갔고, 회사에서 오디션 보라는 대로 오디션 보면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러던 황정음이 변한 것은 자신에게 커다란 인기를 안겨준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작품을 기점으로 한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황정음을 그저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만은 아니었다.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고 정말 ‘배우’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작품이었다.

“연기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한 번 시작한 거 최고가 되어 봐야겠다고 지금까지 달려온 거예요. ‘나는 연기자가 아니라 애초에 가수였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해야 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완벽주의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일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까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거죠. 욕심이 저를 그렇게 만든 건데, 좋은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또 도와주시는 감독님들이 많았고, 다행히 좋은 분들과 작품을 많이 했어요. 열심히 앞만 보고 왔어요. 태생이 계산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무엇이든지 편하게, 그 대신 열심히 했어요”

배우가 어떠한 작품을 결정할 때는 당연히 해당 캐릭터가 자신과 맞는지, 그리고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게 된다. 황정음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황정음의 출연작들을 보면 의외로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밝고 발랄한 캐릭터를 맡은 작품은 많지 않다. ‘내가 못하는 걸 잘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로 일부러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을 피해온 결과였다.

“저는 사실 그동안 제가 못하는 걸 많이 했어요. 잘하는 걸 한 적이 없어요. ‘하이킥’ 이후에 그런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다시는 쏟을 수 없는 에너지를 다 쏟았기 때문에 ‘오케이, 이제 코믹은 이제 됐어’라고 하고 못하는 걸 찾았던 것 같아요”

“‘지붕 뚫고 하이킥’, ‘그녀는 예뻤다’는 제가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한 거고, 제가 원하는 캐릭터는 ‘비밀’의 강유정 같은 캐릭터예요. 그래서 제가 연기적으로 가장 행복했을 때는 ‘비밀’이었어요. 이상하게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연기적으로 완벽한 행복감을 느끼기는 조금 힘들어요. 그건 제가 아는 제 모습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비밀’을 할 때는 제가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황정음은 2005년 작 ‘루루공주’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초반에는 가수 출신 연기자에 따라 붙는 편견 어린 시선, 그리고 부족한 경력만큼 어설픈 연기력에 대한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후 10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동안 쌓아온 경험이 차곡차곡 거름이 되어 어느새 한 작품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올해만 해도 ‘킬미, 힐미’와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화제성과 연기력에 대한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황정음은 연말시상식 대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지성 오빠와 대상 후보라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대상 후보라는 사실이 감사하고 좋아요”

“대상 받으면 너무 행복하겠죠. 어쨌든 정점을 찍는 거잖아요. 그런데 기대는 안 해요. 저는 35살 안에 받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아직 3년 남았어요”(웃음)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든 못하든 황정음은 2015년 연기자로서 조금 더 성장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벌써부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황정음의 2016년은 어떨까.

“제가 ‘비밀’ 끝나고 욕심을 많이 부렸었어요. 그래서 ‘끝없는 사랑’을 했는데, 지금은 제가 아무리 욕심이 많아도 다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아등바등 해온 게 많은데 굳이 그러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꿈은 정확하게 갖고 있되 지금을 행복하게 즐기기로 했어요. 이 마음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요. 그리고 2016년에 어떨지 점을 봤는데 해외 운이 좋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어요”(웃음)

‘그녀는 예뻤다’라는 작품으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로 돌아와 로맨틱 코미디가 부진한 흐름 속에서도 흥행을 성공시킨 황정음.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는 연기에 완벽한 만족을 느끼기 힘들다는 그녀이지만,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두 달여 간의 강행군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지친 와중에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가 가장 예쁘게 느껴졌던 순간이요? 지금인 것 같아요. 혜진이처럼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상황이 예쁜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열심히 해왔고, 좋은 작품을 만났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 지금이 가장 예쁜 때인 것 같아요”

(사진=박푸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