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시원과 ‘그녀는 예뻤다’ 속 똘기자 사이①

노윤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1-19 17:50:41 수정시간 : 2015-11-19 18:08:02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그녀는 예뻤다’ 속 최시원의 연기를 본 시청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최시원이 저렇게 연기를 잘했어?”라고. 데뷔 이후 가수 활동과 배우 활동을 꾸준히 병행해왔음에도 배우의 이미지는 보다 약했던 최시원은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을 통해 그야 말로 ‘인생연기’를 펼치며 강렬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큰 사랑 속에 막을 내린 후, 극 인기 상승의 한 축을 담당했던 최시원과 만났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받게 돼서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하는 그는 연신 웃는 모습이었고, 마치 드라마 속 김신혁을 보는 듯 시종 유쾌한 매력을 발산했다.

입대를 앞두고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드라마 작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부담되었지만, 하겠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작품과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공백기를 가지게 되는 만큼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소망과 꼭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다는 점이 더해져 최시원은 ‘그녀는 예뻤다’의 김신혁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신혁은 자유분방하면서 절제되어 있는 면이 좋았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자기가 어디까지 자유분방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는 거예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준, 철학에 어긋나는 건 안 하는 듯한 느낌이 저는 너무 좋았어요. 그런 부분이 사랑할 때나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나는데, 그걸 유일하게 풀어줬던 게 정음 누나와의 씬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간 김혜진이 되게 좋았어’라는 대사가 참 와 닿았어요”

“처음에 저는 대본을 4부까지 받았었거든요. 사실 군대 가기 전이라 부담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정리할 시간도 필요해서 처음에는 대본을 멀리 했었어요. 그런데 사장님이 자기 앞에서 4권을 다 읽고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 읽었는데 대사가 제가 너무 하고 싶었던 대사인 거예요. 대사 속에 위트가 있는 게 전 너무 좋았거든요. 미국 같은 경우 캡틴 잭 스패로우(조니 뎁)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같은 인물들 보면 대사 하나 하나 위트가 있고 캐릭터 성격이 담겨 있는데, 한국에서 꼭 이런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죠“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녀는 예뻤다’에서 최시원이 맡은 김신혁은 ‘서브 남자 주인공’의 위치이다. 비록 극 중에서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지 못했으나, 시청자들의 사랑만은 남자 주인공 박서준(지성준 역)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김신혁으로 분한 최시원에게서는 소속팀 슈퍼주니어의 그림자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채 과감하게 망가졌고, 가수로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탓인지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슈퍼주니어 멤버’라는 수식어를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은 잠시 떼어놨다.

“제 이미지가 좀 비호감이잖아요.(웃음) 또, 저라는 사람한테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느 순간 양날의 검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이 있었었어요. 그런 찰나에 만난 작품이 ‘드라마의 제왕’이었고요, 그 전에 ‘오 마이 레이디’라는 작품을 했는데 둘 다 극 중 캐릭터가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럼 제가 받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적인 거잖아요. (…) 원래 대본은 인간미도 없이 엄청 까칠한 연예인이 전부였었어요. 그런데 그걸 재미있게 포장을 하니까 많은 분들이 받아들이기 쉬웠던 것 같아요. 그 다음 2년 간 제가 한국에서 작품을 안 했었는데, 해외에서 받을 수 있는 배역도 상당히 한정적이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 (망가지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났던 것 같아요”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물론 그저 웃기게 연기한 것만은 아니다. 김신혁이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도록 살아 숨 쉬게 만든 그 바탕에는 최시원의 노력이 깔려 있었다. 대본을 토대로 철저하게 인물을 분석했고, 분석한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드라마의 제왕’ 때는 대사보다는 상황이 웃긴 것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강현민 캐릭터를 생각하면 대사보다는 상황을 떠올리는 경향이 컸고, 이번에는 대사가 위트가 있고, 템포도 빠르고. 그런 차이가 있지 않나 싶어요. 연기하는 데 있어서는 강현민 캐릭터는 절제가 안 된 느낌으로 연기를 했었고, 이번에는 (캐릭터에) 자기 기준과 절제가 있었다는 차이가 있었어요”

“신혁은 혜진에게 결국 ‘좋은 사람’인 거잖아요. 그 이상의 이성적인 감정은 없었던 거죠. 제가 들어갈 틈이 없었던 걸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신혁은 혜진을 인간적으로 정말 사랑했고요. (…) 모든 캐릭터에 대한 건 대본 속에 있으니까. 신혁이 하리에게 둘이 첫 사랑인 걸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묻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 대사만 봐도 둘이 정말 사랑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신혁은 한 발자국 물러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사실 텐의 정체는 저하고 감독님만 알고 있었어요. 텐이 누구인지, 재벌 2세가 누구인지 다른 배우들은 몰랐거든요. 수염을 기르면서 조금만 다듬으라고 했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길렀던 이유는 텐으로 변하는 그 한 컷을 위해서였어요. 많은 분들께 정말 감동을 드리고 싶었어요. 목이 막힐 때 마시는 사이다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서, 뒤늦게 면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잘 어울리던가요?(웃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녀는 예뻤다’는 황정음, 박서준, 고준희를 비롯한 모든 배우진과 정대윤 감독, 조성희 작가의 호흡이 빛을 발했던 촬영장이었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해냈다. 때문에 초반 낮은 시청률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충실했다. 그 결과 시청률 4.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시청률 15.9%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이러한 배우들과 제작진의 찰떡 호흡은 수많은 명장면, 명대사를 탄생시켰다. 시청자들을 웃기고 설레게 했던 많은 장면들 속 최시원 역시 당시를 회상하며 기억에 남는 장면을 언급했다.

“제가 했던 애드리브 중 제일 좋아했던 장면은 성준과 하리가 키스하고 있는데 제가 백허그하면서 못 보게 막는 씬이에요. 그때 했던 대사는 애드리브였지만, 신혁의 성격이 묻어나오는 대사였고 감정도 좋았고 작가님도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제가 바지가 찢어지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연기했지만, 그 장면이 보면 볼수록 너무 웃겨서 정말 계속 봤어요. 그걸 제 SNS에도 올렸었죠. 그런데 요즘은 바뀌었어요. 입대를 앞두고 많은 분들이 저를 생각할 만한 물건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을 때 단무지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코믹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씬은 단무지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짠하면서 슬픈 씬은 짹슨(황정음 분)한테 간다고 말하면서 안았을 때에요. 대본 봤을 때도 누나랑 저랑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감독님이 저희 감정 없애주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진짜 제가 떠나는 듯한 느낌이었고, 댓글들 보니까 귓속말로 ‘짹슨, 나 이제 군대가’ 그런 의미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5년은 최시원에게 특별한 한 해일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줬고, 데뷔 10주년을 맞아 슈퍼주니어 앨범을 발표하며 음악 무대로 팬들과 만났다. 그리고 해가 가기 전, ‘그녀는 예뻤다’라는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입지까지 단단하게 다졌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작품, 그리고 2015년. 최시원에게는 어떻게 기억될까?

“매년 제가 하는 일이 있는데, 그 해 감사했던 일을 적는 습관이 있어요. 작년에는 33가지였는데, 올해는 벌써 68가지나 감사한 것들을 적었더라고요. 영화 프로모션 돌면서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과 좋은 관계를 갖게 되었고, 그쪽 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군대에) 다녀온 후 같이 일하기로 이야기도 된 상태라서 그런 것도 감사드리고요, 멤버들과 스페셜 앨범을 발매함으로써 팬들과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던 것도 좋았고, 콘서트도 성황리에 잘 마쳤고, ‘무한도전’에서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몸은 힘들었을지 몰라도 많은 분들께 추억을 심어드린 한 해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감사합니다”

“‘그녀는 예뻤다’요? ‘무한도전’이 포춘 쿠키를 보여드렸던 작품이라면, ‘그녀는 예뻤다’는 ‘똘기자’, 저의 새로운 모습을 많은 분들이 발견해주신 감사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