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승우 "'내부자들' 왜 거절했을까 싶어요"

전윤희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1-20 14:53:25 수정시간 : 2015-11-20 14:54:34

[헤럴드 리뷰스타=전윤희 기자] 인터뷰를 시작하며 조승우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왜 ‘내부자들’ 캐스팅 제안을 세 번이나 거절했냐는 것이었다. 제작보고회 당시부터 밝혔듯 조승우는 ‘내부자들’ 우장훈 검사 역을 고사했다. 우장훈은 빽도 족보도 없이 근성 하나만 믿고 조직에서 버텨온 열혈 검사. 조승우는 검사 역할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말했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까 ‘왜 거절했을까’싶어요. 작품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제가 그냥 살아가면서 이런 이야기가…, 그냥 관객의 입장에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아요. 대본으로 보니까 ‘이런 세상이야? 이런 세상이 실제 존재해?’ 이런 것들 때문에 뭔지 모를 거부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하길 잘 했다 싶어요. 영화적으로 만족했던 작품이에요. 역시 ‘영화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구나’ 느꼈죠. 영화 찍을 때만해도 이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대본만 보고 상상했던 그림이 아니라 작년에 촬영이 끝나고 1년 동안 후반작업을 했는데 후반작업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어요. 영화는 공동작업이구나”

“물론 시나리오의 구성을 뒤집어서 시간순서대로 배치되고 스피드가 생기고 후반작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공들여서 했기 때문에 저 역시도 진짜 재미있게 봤어요. 제가 무대 쪽을 더 많이 하다보니까 그새 영화에 대한 감이 선택부터 개봉까지 많이 떨어졌나 싶기도 했어요(웃음). 지금도 촬영할 때 카메라가 불편해요. 영화로 데뷔하긴 했지만 무대에서 2시간 이면 2시간, 3시간이면 3시간 흐름을 타고 공연하는 게 익숙하기 때문에 낯설 때가 많아요”

출연하기까지 고민 또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세 번 고사 끝에 탄생한 ‘내부자들’ 우장훈 검사는 조승우가 아니었다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뚝심 있게 가자’ 목표를 하나 뒀어요. 우장훈 검사가 정의를 추구하지만 결국엔 사회적으로 학연, 지연, 줄, 빽 이런 거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 중 하나고 더 큰 벽에 부딪히잖아요. 회사 다니시는 분들 학교 교육, 공기업, 사기업, 다 비일비재하게 이런 일이 존재하잖아요. 우장훈은 그런 것에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니까 ‘어떻게 하면 내가 정의실현을 할 수 있을까’ 정의를 바라보지만 주변의 것들도 교묘하게 잘 이용하며 추구하는 목표는 하나니까 그거 하나만 바라보고 가서 연기를 단순화 시켜서 했어요. 입체적인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고 가장 많은 사람들한테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인 건 맞는 거 같아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있을 거 같고. 매력적인 건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느냐 없느냐인 거 같아요. 선택을 해서 그 일을 시킨다는 건 엄청난 도전인거고 우장훈이 무모할지는 몰라도 그나마 의식이 있는 놈? 그래서 출세욕을 내세우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가 돼요”

“우리가 뉴스를 보다가도 욱할 때가 많잖아요. 말도 안 되는 묻지마 폭행이나 고양이나 동물들을 산채로 쓰레기 봉지에 버리고 가고 그런 거 보면 사실 막 끓어올라요. 그걸 누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잖아요. 법이 안 되니까. 실제로 찾아가서 잡아다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거고. 우장훈은 자기출세욕도 있지만 ‘이거 아니다’ 했을 때 본인이 몸을 움직이느냐 안 움직이느냐의 차이인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꽤나 괜찮은 놈인 거 같고요. 뉴스가 극악무도해지는 건 가슴 아픈 일이에요”

특별출연했던 ‘암살’을 제외하면 3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타짜’ 이후 9년 만에 재회한 백윤식이나 어렸을 때부터 팬이라고 밝힌 이병헌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하는 이번 영화에서 조승우는 참으로 오랜만에 ‘막내’가 됐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되게 좋았어요, 제가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에(웃음). 쉽지 않았죠. 쉽지 않았지만. 촬영 시작했을 때부터 ‘다 선배님들이니까 귀여운 후배로 남자’했어요. 보통 애교가 투정으로부터 시작돼요(웃음). ‘빨리빨리 찍자, 힘들어요, 빨리빨리 하자’”

“병헌이 형은 디테일하셔서 컷하면 바로 모니터로 가요. 감독님이랑 ‘이 부분이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상의하면 다 기다리고 있고 10번이면 10번 계속 가요. 그럼 제가 우스갯소리로 ‘문 막아라. 난 좋은데 뭐가?’ 그렇게 이런 식으로 장난도 치고(웃음).

정치, 언론, 재벌, 조폭, 검찰 등 비리를 샅샅이 조명하며 다소 무겁게 흘러갈 수 있는 ‘내부자들’에 숨통을 틔운 건 이병헌과 조승우의 케미였다. ‘깡패’와 ‘싸가지’가 만들어 낸 애드리브들은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을 보여줬다. 특히 언론시사회 당시 큰 웃음을 선사했던 모텔 화장실 신은 이병헌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진짜 감정으로(웃음). 진짜 보기 흉하더라고요. 그걸 본인이 직접 요구해서 통유리로 했다는 건 며칠 전에 인터뷰 보고 알았어요. 어쩐지 촬영이 안 들어가더라(웃음). 유리 구하러 갔다고 하고. 재미있게 잘 나왔고. 그 신의 버전은 정말 많아요. 그 중에 하나 추린 게 그거예요. 더 심한 것도 있었어요. 욕도 더 많이 했고”

“욕은 거의 다 애드리브예요. 경상도 욕에 대한 것들을 수집했어요. 서울말을 쓰려고 하는 경상도 출신 검사잖아요. 그래서 상대에 따라 좀 달라요. 표준어를 쓰다가 사투리 쓰고 그런 것들도 캐릭터에 맞게끔 유들유들하게 한 거죠. 나이 어린 검사가 안 꿇리려고 하는 모습들, 모텔에서 하는 욕들. 다 그쪽에서 잘 쓰는 욕들을 다 갖다가 쓴 거예요(웃음)”

‘타짜’에서 사제지간이었던 백윤식과 조승우는 ‘내부자들’에서 적으로 만났다.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취조실 장면은 백윤식과 조승우의 연기 포텐이 폭발한 부분.

“언론 시사 때 그 장면을…. 원래는 제가 나오는 영화를 잘 못 보는데 그 장면만 열심히 봤어요. 재미있더라고요. 표정변화나 팽팽한 긴장감들이 우세했다가 갑자기 확 그러다가 평정심을 가지려고 하다가 욱했다가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그 신 하나에 잘 담겼더라고요. ‘타짜’ 때 한 번 호흡을 맞춰봐서 오히려 더 편하게 작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저는 한 게 하나도 없어요. 선생님이 싸리한 눈빛 한 번 하면 자동반사적으로 ‘어?’ 하는 거죠”

“‘타짜’ 때도 마찬가지였고 상대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에 제가 한 게 별로 없어요 사실은. 디테일을 잡아서 이렇게 해야지 포인트를 잡아서 이렇게 해야지 한 게 없어요. 카메라 돌아가면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조승우는 ‘내부자들’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망설이며 한참을 고민했다. 고심 끝에 수줍게, 작은 목소리로 “많이 봐주세요”라고 말했다.

“오그라드는 말 잘 못해요. 강아지나 고양이들한테는 오그라드는 말 잘해요(웃음). 전 제 영화 딱 두 번 봐요. 언론 시사 때랑 VIP 때. 오그라들어서 안 봐요. 어색해요. 딴 사람 보는 거 같고”

19일 개봉한 ‘내부자들’은 전야 개봉에서 6만, 개봉 첫 날 23만 명을 동원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흥행작 오프닝 스코어를 모두 경신하는 등 심상치 않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범죄드라마가 잘되는 이유요? 대리만족이 아닐까요. 범죄드라마는 어떤 그런 너무 식상한 권선징악의 구성 말고 통쾌하고 짜릿함이 뒷부분에 항상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 대신 해주고 있다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 ‘내부자들’ 같은 경우는 ‘그래도 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지만 시커먼 어둠 속에 한 줄기 빛 이런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고무적이다’ 이런 메시지를 주는 거 같아요”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