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수지 “연기, 아직 맛은 잘 모르겠어요”

김희은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1-26 14:40:01 수정시간 : 2015-11-26 15:08:14

[헤럴드 리뷰스타=김희은 기자] 무려 ‘국민 첫사랑’ 수지다. 전작 ‘건축학개론’으로 41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신기록을 이끌었던 그녀가 영화 ‘도리화가’로 돌아왔다. ‘예쁨’을 내려놓고 흙칠에 남장까지 했건만 수지는 더없이 예뻤다.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중 수지는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으로 분해 이전에 없던 당찬 매력으로 진가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만큼, 수지는 이번 작품을 위해 수없이 도전해야 했다. 판소리부터, 능청스런 사투리 연기, 하다못해 걸음걸이 하나까지. 그녀는 진채선 역에 녹아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그 간의 노력을 증명하듯 스크린 속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녀를 이토록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도리화가’,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가수의 꿈을 키우며 느꼈던 감정들이 ‘도리화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스쳐지나갔어요. 그래서 계속 울컥했죠. 스토리 자체에도 매력을 느꼈고, 순수하고 당찬 채선의 매력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여기서 ‘도리화가’는 신재효가 지은 판소리 단가(短歌). 복숭아꽃, 자두꽃 피는 봄 경치를 읊은 것으로, 뒤에 국창(國唱)이 된 제자 채선(彩仙)을 위하여 지었다고 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도리화가’, 수지 역시 ‘도리화가’ 네 글자마저 예쁘게 다가왔다며 웃음 지었다.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냥 되게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감이 예뻤죠. 대사도 세심한 대사가 많았어요. ‘마음껏 울거라 울다가 보면 웃게 될 것이야’ 라는 대사는 사실 제가 어려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나이를 먹으면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게 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은 ‘꼭 그렇게 살아야 해요?’라는 대사에요. 비록 편집 돼서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요(웃음). 여자는 판소리도 못하고, 심지어 채선이는 기생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기생 팔자였는데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 캐릭터를 한 줄로 설명해주는 것 같았어요. 슬프고 아프고”

극중 수지는 진채선을 소화하기 위해 아낌없이 망가졌다. 숯칠은 기본이요, 돌돌 말아올린 머리부터 수염까지, 그야말로 파격 변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나는 미모는 살짝 의도한 바가 있지 않나 의심스러울 정도. 수지는 '망가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며 조심스레 운을 떼었다.

“진채선 역, 꼬질꼬질한 모습이 예뻐보였죠”

“망가진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처음에는 물론 적응이 안되긴 했죠. 분장을 해야 하는 거니까. 어쨌든 순박하고 꼬질꼬질한 모습이 예뻐 보였어요. 채선이를 좀 더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걱정은 없었어요. 분장하고 사진 찍어서 친구들 보내주면 오히려 더 재밌어 했어요. 엄마도 깜짝 깜짝 놀라고요(웃음).”

“기록 자체는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에요. ‘되게 독하고 열망이 얼마나 컸으면’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간절함을 계속 담으려 했어요. 오기 있는 모습이 계속 나오고, 악바리 같은 모습이 나오는데 이래서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마 영화를 보기 전 대부분의 관객들은 생각한다. ‘수지가 판소리라니’.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우려는 눈 녹듯 사라진다. 실제 수지는 진채선 역을 소화하기 위해 1년여 간 판소리를 익혔다. 그녀는 목소리와 발성을 바꾸는 수고마저 아끼지 않았다.

“간절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중요했어요”

“춘향가부터 심청가, 적벽가, 권주가까지 연습했죠. 일단 너무 무거웠어요. 너무 부담이 크더라고요. 판소리를 해야 하고, 심지어 저는 조선 최초 여류 소리꾼이잖아요. 처음에는 사실 부담이 컸던 게 완벽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어쨌든 채선이의 성장기잖아요. 채선이도 미숙하게 시작을 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얼마나 소리를 하고 싶은지 간절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굳이 더 못하더라도 하려고 했던 것도 있죠”

“실제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등장하는 제니퍼 로렌스도 전문 댄서들처럼은 못 추지만 춤을 추는 장면에서 ‘꽝’ 하고 느꼈던 점이 있어요. 물론 배운 사람처럼 잘 추지는 못 하지만 감정이 느껴지니까 더 멋있어 보였어요. 그런 것에서 더 얻었죠. 소리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극중 신재효는 진채선에게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 하지만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애틋한 감정을 나누며 로맨스로 발전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사제지간 그 이상의 감정. 진채선에게 신재효는 어떤 사람이며, 그녀가 느낀 감정은 단순한 사랑일까. 수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조금 다른 감정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채선이에게는 신재효가 특별한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채선이는 물론 스승님에 대한 존경도 있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도 잃고, 자기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키워주는 스승님이 고마웠을 거 같고”

“존경을 넘어 사랑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남녀 간의 사랑 느낌이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사랑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계속 옆에서 든든하게 다독여주고 채워줬기 때문에 기댈 곳이 였을거에요. 사랑이지만 남녀 간의 사랑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요(웃음).”

수지는 이제 갓 스무살을 넘겼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점차 연기에 맛을 들여가고 있는 듯하다. 이제 막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연기란 어떤 존재일까. 수지는 아직 연기의 맛을 잘 모르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연기, 아직 맛은 잘 모르겠어요”

“아직 맛이라는 것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제가 옛날에 인터뷰 했을 때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옛날에 어느 배우분이 인터뷰 중에 ‘연기가 재밌다’ 한 게 기억이 나서 저도 ‘재밌다’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나 생각한 적이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를 할 때 재미가 있다기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 내가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재밌어하고 있더라고요. 즐거워서 하고, 열심히 하려는 자체가 제가 재밌어하는 일이기 때문에(웃음).”

“처음에 ‘드림하이’라는 작품을 만나고 나서 욕심이 생겼어요. 처음이었고, 연기도 많이 서툴렀기 때문에 욕도 배불리 먹고. 이후부터 욕심도 생기고, 남이 욕해서 서러웠다기보다는 그 때 제가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먼저 이름을 알린 수지. 이후 배우의 길을 걸으며 만인의 이상형이자,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당당히 거듭났다. 그리고, 지금의 수지가 있을 수 있었던 데는 팬들의 사랑이 있었다. 그녀 역시 팬들이 보내주는 무한한 사랑에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의아한 듯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를 왜 좋아해주실까’ 늘 궁금해요”

“사실 저도 늘 궁금해요.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나를 왜 좋아해 주실까’. 어떻게 보면 정말 오랫동안 꾸준히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이름도 다 아는 분들도 있고, 멀리서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냥 되게 감사하죠(웃음).”

“저는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를 좋아해주신다고 해서 늘 궁금해요.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인데,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제 맡은 바를 열심히 하려고 늘 노력해요”

이날 진행된 인터뷰는 영화 개봉까지 단 이틀만을 남겨 놓은 상황. 수지는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듯 미소 지었다. 관객들에게 ‘도리화가’는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수지는 작품을 ‘MSG 없는 영화’에 비유하며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도리화가’, 바람의 기운이 느껴지는”

“한 달 전만 해도 ‘한 달이나 남았어,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틀 남았네요(웃음). 제가 늘 하는 말인데 ‘도리화가’는 MSG 없는 영화 같아요. 자극적인 것도 없어요. 그래서 더 매력있다고 생각하죠”

“잔잔한 스토리와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도 있고, 영상이 있어요. 한국의 여러 아름다운 정경을 볼 수 있는, 바람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런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따뜻한 영화가 아닐까요(웃음).”

(사진= 서보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