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른 앞둔 중견 배우 문근영의 뚝심

전윤희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2-09 14:36:23 수정시간 : 2015-12-09 14:36:49

[헤럴드 리뷰스타=전윤희 기자] 문근영은 이제 막 서른을 앞둔 나이지만 연기 경력만으로는 이미 중견 배우다. 그럼에도 꽤 오랜 시간, 아니 어쩌면 지금도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 일까. 문근영이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중들은 의아했다.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문근영이 장르물을, 게다가 관찰자에 입장에서 극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문근영은 한 번도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출연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들에게 반문한다. ‘왜 그래야 하냐’고.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출연에 고민은 전혀 없었어요. 꼭 제가 돋보여야 할 필요는 없죠. 연기한다고 해서 내가 빛나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작품이 1번이라고 생각했어요. 장르의 특징상도 내용 전개가 잘 되어야하고 내용이나 사건 전개를 흩트리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돋보이고 제 연기가 보였다면 문제 있는 연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임했는데 대중은 ‘문근영이 하나도 보이지 않지?’ 이런 얘기를 하시니까 ‘왜 그래야하죠?’ 되레 되묻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때로는 저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게 고맙기도 하면서도 되레 속상하기도 하고 그러긴 했었어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평화로운 마을에 암매장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비록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장르물의 좋은 예로 남았다. 오죽하면 시청률 빼고 다 완벽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 현장의 배우, 스태프들이나 보는 사람들이나 체감하는 인기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대본보고 이건 빨리 작가님, 감독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가 있는 게 아니라 장르드라마기 때문에 ‘작가님 머릿속에 1부부터 16부까지 큰 그림이 있나 없나가 확인이 되어야 믿고 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몇 조각만 예쁘게 그려놓고 나머지가 흐지부지하면 선택한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장르물이기 때문에”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까 큰 그림이 있어서 ‘믿고 가도 되겠다’ 싶어서 선택한 거고 시작을 하면서, 계속 매 회 대본을 보면서도 안심이 됐어요. 그래서 하는 도중에도 작가님이나 감독님에 의심이 들었던 건 없고 16부 가까이 되니까 어떻게 마무리 될까 궁금해지고 걱정되긴 했는데 16부 대본 받는 순간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 작품 끝나면 홀가분하고 그래야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촬영하면서 즐겁고 현장 분위기도 되게 좋았거든요. 시청률 한 자릿수 나오는 현장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았었고 스태프, 배우, 감독님도 그렇고 다들 이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즐겁게 촬영했어요. 그 현장을 다시 갈 수 없다는 게 아쉬워요. 정도 많이 들었고 정말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 어떤 드라마 현장 분위기 중에서도 최고로 좋았다고 할 수 있어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제작발표회 당시 성인 연기자의 입지를 굳히고 싶어 장르물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문근영은 분명한 어조로 “지금 내가 29살 성인 연기자인데 굳이 성인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히려고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늘 문근영을 따라다니던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을 터. 아역부터 연기를 시작한 문근영에게 ‘국민 여동생’은 고마웠던 수식어지만 또 꼭 떼어내야 할 수식어이기도 하다. 이는 문근영 뿐 아니라 많은 아역 출신 배우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연기를 너무 빨리 시작했나?’ 그런 생각을 제일 많이 했죠. ‘나도 남들처럼 초중고 시절 평범하게 보내고 대학까지 가고 나서 연기를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수없이 했어요. 후회처럼. ‘왜 이렇게 일찍 시작했을까?’ 지금은 그게 저한테 득이 되는 시기가 된 거 같아요. 똑같이 29살 동갑내기를 현장을 만나도 저만큼의 경험이나 연륜에서 비롯한 태도를 가진 친구를 만날 수 없잖아요. 오죽하면 ‘너는 선생님 배우와 연기하는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스태프들도 원로 배우랑 연기하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 경력과 연륜, 경험이 이제는 조금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거 같아요. 이제는 후회하지 않아요. 일찍 시작한 게 득이 됐지 독이 되지는 않은 것 같거든요”

“서른이요? 좋아요. 빨리 나이가 먹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아무리 국민 여동생이란 이미지를 벗으려고 해도 대중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하고요. 노력을 해도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분명 사람이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 거예요. 나이 먹어감에 따라 외모도 바뀔 수 있는 거고, 분위기도 바뀔 수 있는 거고, 어쨌든 나이가 들 텐데 그걸 사람들이 인지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나이가 먹고 싶었어요. ‘빨리 그런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어느덧 ‘중견 배우’의 경력이 쌓인 시점. 베테랑이 되었음에도 안주하기보다 자극을 원했다. 이는 문근영의 또 다른 작품이, 앞으로의 연기가 기대되는 이유가 된다.

“어느 정도 단계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딜레마에 빠질 시점이 온 것 같아요. 무슨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어리바리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혼나기만 하고 확신도 안 들고 선배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거 같고 어느 순간부터 이제 뭔지 구분도 가고 어떻게 해야 칭찬받는 지도 알고 그게 지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고 어려울 게 하나도 없는 시기가 오잖아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그 순간부터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송강호, 신은경 선배랑 연기하며 자극을 받았어요. 뭐든 하고 싶고 그런 마음으로 바뀐 게 이제는 어떤 역을 해도 크게 어렵지 않아요. 캐릭터에 대해 밤새 고민하거나 이 신 하나 찍으려고 고민을 하지도 않아요. 크게 어렵지도 않고요. 현장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위치 맞추는 것도 쉽고 다른 사람들 도와주고 있고… 어느 순간은 허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조금 자극을 받아야해, 자극을 받아야 해’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자극을 받기 위해 어떤 것이든 부딪혀보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 같고 그래서 ‘사도’도 용기를 낸 선택이었어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도 주변에서 봤을 때 용기를 가져야하는 선택이기도 했고요”

“자극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아직 17년 됐다고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짬은 17년이 됐을지 모르지만 이제 서른이고 앞으로 보여줘야 하고 해야 할 게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해온 연기 경력에 의해 안일함을 갖고 만족하고 있고 위안삼고 있는 건 저한테 위험한 일인 거 같아서요”

서른, 이제 문근영의 기다림은 끝났다. 더 이상 작품을 결정하는 데 대중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해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지금까지 잘 기다렸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뭐든 해도 될 거 같다는 시점이 된 거 같아요. 다작을 하고 뭐든 해도 사람들이 무리 없이 받아들일 거 같아요. 동안은 이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장화홍련’했을 때 임수정 언니가 24~25살이었어요. 언니도 동안이잖아요. 나이를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고 봤을 때 분명 앳됐는데 눈이 깊어요. 어린 친구도 깊은 눈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나이에서 갖는 깊음이 있잖아요. 동안에 나이에 맞는 눈빛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건 장점인 거 같아요. 저도 이제 장점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어렸을 땐 저도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는 줄 알았어요. 이제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 당시의 내 상태와 그 당시의 내 성격, 성향, 분위기 상태와 어떤 대본이 시너지가 딱 맞아 떨어졌을 때 하게 되는 거더라고요. 굉장히 아픔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거나 사연 있는 내용을 좋아한다거나 장르물을 좋아한다거나 그런 것만 선택했던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까 당시 내 컨디션과 그 상태에서 주어진 대본과 호흡이 딱 맞았을 때 선택했던 것 같아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때는 ‘뭐든 하고 싶다’는 상태였어요. ‘대본이 주어지면 뭐든 하고 싶다’는 상태에서 이 대본이 와서 ‘해야겠다’ 생각했죠. 내가 좋아하는 장르물이고 내가 안할 필요가 없겠다 그래서 했어요”

“쉬지 않고 일을 하겠다고 그래서 대본이나 시놉시스를 보긴 했는데 저는 준비가 됐는데 그 작품들이 준비가 안돼서 대기하며 기다려야하는 입장이에요. ‘사도’나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나 ‘변신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게 여러 면에서 넓게 생각하게 되는 건 있는 거 같지만요. ‘캐릭터의 롤이 크냐, 작냐’, ‘비중이 얼마만큼 되느냐’ 이런 것보다는 단순하면 단순할 수 있게끔 작품이나 캐릭터에 집중하며 선택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선택하지 않을까 싶고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통해 저의 많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대중이 어떻게 판단하거나 기대치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 보다 제 마음대로 할래요(웃음). 우리나라 드라마든 영화든 주인공은 다 뻔하더라고요. 저는 뻔하지 않아 보려고요”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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