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정민 “이제야 연기를 즐기게 된 거죠”

윤소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2-11 14:57:03 수정시간 : 2016-01-06 11:18:25

[헤럴드 리뷰스타=윤소정 기자] 이름만 들어도 안심하게 되는 배우 황정민. 그의 수만 가지 매력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연기에 대한 열정일 것이다.


“열정만으로는 못 할 것 없다”는 생각처럼 황정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상하게 하면서 까지 연기에 대한 혼을 불태웠다. 그의 투혼 덕분에 연기는 한층 더 성숙한 미를 뽐냈고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쉽게 관통했다.

“영화 속 목소리는 생 목소리에서 제가 소리를 만든 실제 목소리에요. 실제로 8000미터를 올라가면 성대가 상한대요. 숨을 쉴 때마다 찬바람을 계속 마시게 되니깐 헉헉 소리가 나야하거든요. 두 발자국 걷고 멈추고 그러는 게 정말 당연한 곳이에요. 네팔에선 4500미터를 올라갔는데 이곳이 위도 상으로는 몽블랑 훨씬 더 높아요. 풍경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죠. 장관이라고 할 정도로 ‘헉’이라는 말 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산도 제 눈에 다 안 들어오고 엄청나게 크고, 사람이 왜소하다는 걸 참 많이 느꼈어요. 사진으로 봤을 때랑 느낌이 다르게 압도당하는 것 같았거든요”

‘히말라야’를 촬영하면서 체력 관리도 무척 중요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도 웃음기는 끊이지 않았다. 4500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내리며 황정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넓은 설경을 배경으로 연기를 펼쳐야 하는 황정민에게 ‘고산병’ 증세는 덤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황정민을 사로잡은 것은 드넓게 펼쳐진 설경이었다고 답했다.

“그냥 올라갔어요, 체력이고 뭐고 촬영이니깐 올라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메이킹 영상을 촬영했던 분이 정말 체격이 있으신 분인데 그 분조차도 정말 열심히 올라가셨어요. 자기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곳의 경치는 아옹다옹하면서 사는 게 창피할 정도로 큰 대자연이에요. 그런 자연을 제 눈으로 직접 겪으니깐 약간 창피한 것 같더라고요. 물도 없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엄청 차갑고, 그 물로 다 씻고, 저희는 이 곳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잖아요. 그런 부분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게다가 히말라야에선 샤워를 하면 고산 증세가 와요. 체온을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씻지도 못하고 항상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웃음)”

“고산 증세도 왔죠. 간단하게 설명하면 술을 정말 많이 마셔서 그 다음날 아침에 못 일어날 정도의 상황과 비슷해요. 그 상황이 24시간 유지되고 계속해서 헛구역질이 나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돼요. 그게 딱 3000미터를 넘어가면 기압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오르막길 오를 때 숨 쉬는 느낌부터가 달라져요. 온 몸의 핏줄이 한꺼번에 조여지는 느낌이었어요”

극중 황정민은 ‘엄홍길’ 그 자체였다고 보면 된다. 혼자서 앉아서 생각하는 장면과 대원들의 소식을 듣고 멍을 때리는 순간조차 그는 연기력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엄홍길이 되기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항상 캐릭터 속의 자신의 모습을 찾는 황정민은 이번에 자신의 모습을 찾기보단 스스로 캐릭터에 물들었다고.

“저는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출연진들에게 대단히 큰 산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큰 형처럼 보이길 원했고,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항상 ‘내 연기가 어떠냐’고 물어보고 그랬어요. 그럴 때마다 ‘아닌 것 같은데요’라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지만 저는 언제나 큰 산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네팔과 몽마르트라는 상황이 어려운 곳에 가서 대장 역을 맡으니깐 자연스럽게 엄홍길 대장의 모습이 나온 것 같아요”

“딱히 엄홍길 대장님과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제간 뛰어난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책임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그냥 단순히 이런 역할을 맡다보니깐 정신적으로 솔선수범하게 되고 그 순간이 오니깐 쉬고 싶어도 저절로 장비를 챙겨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대장님으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노력을 했어요. 함께 등반하는 분들도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고요. 다른 분들이 ‘엄대장 지나간다’고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사람이 어떨 땐 쉬고 싶은데 역할이 이렇다보니깐 쉬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더라고요. 정신적으로 버틴 것 같아요”

대놓고 슬픈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말 슬픈 장면이 비처럼 쏟아지는 만큼 장면, 장면을 살리기 위한 황정민의 노력도 이어졌다. 연기 베테랑이 잠을 못자고 감독님을 붙잡고 있을 만큼 이번 작품에서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그는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넣을 정도로 열과 성에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감독님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이런 영화가 한없이 오버하면 오버할 수 있는 건데 오버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오히려 ‘우는 타이밍을 잘 정해보자’라는 마음뿐이었죠. 그게 ‘울어라 울어라’하는 영화도 아니고, 어쨌든 대장으로서 팀의 동료가 죽었다면 엄홍길은 어떻게 작용을 할까 대장으로서의 에너지가 분명 있는 거니깐 슬픈 장면이라도 저조차 눈물을 쏟을 순 없더라고요. 그러기위해서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더 큰 눈물을 찾고 싶어서 대본에 없던 것들을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새롭게 만들기도 했어요”

“실제 엄홍길 대장님과 촬영 전에 자주 보고 같이 술 마시면서 얘기도 들으려고 했어요. 딱히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얘기는 안 해주셨어요.(웃음) 저는 그 분의 속마음을 듣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은 잘 안 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에 대해 섭섭한 마음은 없었어요. 안 해준 이유를 촬영을 하면서 알게 됐거든요. 제 짐작이지만 8000미터 산이라는 곳엔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맞닥뜨려져 있더라고요. 까딱 잘못하면 죽게 되잖아요. 인간이 홀딱 벗겨지는 기분도 들고요. 그럼 안 죽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런 본질을 이해하다보니깐 엄홍길 대장님의 마음이 이해되더라고요”

또한 황정민은 실화를 연기하는 데 있어 많은 중압감을 느꼈다고 했다. 영월 촬영 당시 날씨로 인해 일주일 정도 시간이 남았던 황정민은 실화를 표현해야한다는 사실에 그 순간조차 쉬지 않고 생각의 생각을 거듭했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단 것이다. 과연 그는 엄홍길 대장을 표현하기위해 무슨 노력을 했을까.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단 정신적으로 힘든 게 많았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정신력으로 버텼어요. ‘나 힘들어’라고 남들에게 말을 할 수도 없잖아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한 건 실화를 이겨낼 수 없는 것 같아서 수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데 거기에 해답이 없어서 그런 화두를 가지고 그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중압감에 시달린거죠”

“어떡하면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때 마침 영월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날씨 때문에 촬영을 5일 정도 숙소에서 대기 상태로 있었어요. 일부러 엄홍길 대장님과 관련된 책을 안 읽었는데 쉬다보니 그 책을 읽게 된 거죠. 읽고 나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 같아요. 실화는 우리가 넘어서는 게 아니라 안고 가는 거였어요. 그걸 깨달은 거죠. 그 한순간에. 사람에 대한 감정들을 우리가 잊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그 책을 읽으니 엉켜있던 모든 것들이 한 번에 풀어졌어요”

마지막으로 황정민은 ‘국제시장’과 ‘베테랑’을 천만으로 이끈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어보였다. 하지만 이런 게 정말 베테랑이라는 걸까. 그는 ‘히말라야’ 흥행에 대한 부담감보단 자신의 작품을 펼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천만은 제가 잘해서 된 게 아니라 작품이 우연한 기회에 소 뒷걸음질 치다가 된 거에요. ‘베테랑’도 원래 지난 구정에 개봉하려했는데 ‘쎄시봉’에 밀려서 5월로 날짜를 미뤘어요. 그런데 5월엔 ‘어벤져스’가 들어와서 7월에 개봉하게 됐는데 대박이 난 거죠. ‘히말라야’도 원래는 5월 여름에 하려했는데 이번에 하게 됐어요. 저는 ‘베테랑’이 잘 될 거란 생각을 정말 못했어요. 이런 것처럼 흥행은 제가 잘해서 되고, 제가 기대해서 되는 게 아니라 다 관객들 덕분에 되는 것 같아요. ‘히말라야’도 이미 제 손을 떠놨으니 지켜보는 것만 남은 거죠”

“그만큼 이제 40대가 넘으니깐 연기가 정말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예전엔 연기가 일로 느껴졌다면 이젠 재미로 다가오는 거죠. 그래서 많은 것들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고전작품들도 다시 연극으로 탄생시켜보고 싶고, 지금 출연하는 작품들도 몸은 힘들지만 정말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이제야 연기를 즐기게 된 거죠(웃음)”

(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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