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민식 "김'대호'씨 처음 본 순간, 행복이 밀려왔죠"

전윤희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5-12-16 15:58:29 수정시간 : 2016-01-06 11:15:53

[헤럴드 리뷰스타=전윤희 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영화 ‘대호’의 천만덕 역을 누가 했을까 싶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제작기간, 총 제작비 140억 원의 큰 프로젝트, 또 어떻게 탄생될지 모르는 실체 없었던 주연 배우 ‘대호’까지 수많은 부담감 속에서도 최민식은 그 무게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다. 스크린 속 묵직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최민식은 그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소탈하고 또 유쾌했다. 여러 배우들이 ‘국민 배우’라 불리지만 진짜 이런 ‘국민 배우’가 또 있을까.


“‘대호’요? 기자들이나 일반 시사할 때 관객들도 놀랐다는데 저는 어땠겠어요. 정말 불안했어요. 모르니까, 이게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대호’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걸림돌이었어요. 한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왜 하는거지 이런 부담이 큰 영화를?’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항간에는 전작의 흥행에 부담되지 않냐 기본은 해야 면도 살고 이러는데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더더욱이나 부담 있는 작업을 굳이 해야 할 이유는 없거든요. 근데 좋았어요 이 작품이”

“박훈정 감독과 나와 또 제작사 대표와 모여서 시나리오를 돌려보고 이걸 우리가 아주 철저히 상업적이고 오락적인 프로젝트인데 이걸 그냥 아기들, 놀이공원에서 틀어주는 어린이용 ‘동물의 왕국’을 찍을 순 없었거든요. 호랑이가 어떤 존재예요, 옛날 얘기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런 데서부터 시작해서 우리와 정서적으로 너무 친근감 있고 공포의 대상이기도 한 밀접한 동물이잖아요. 처음 읽었던 시나리오와 지금 ‘대호’와는 차이가 있는데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 많이 담고자 각색을 거쳤어요”

배우들은 언론·배급 시사회 전까지 주연 배우 ‘대호’를 만나지 못했다. 현장에서 촬영 할 땐 다른 배우가 더미를 쓰고 연기하거나 혹은 크로마키를 위해 라이트블루 스크린을 앞에 두고 연기해야했다. 상대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나 홀로 연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전달하고자하는 이야기가 아무리 훌륭해도 우리 김대호 씨가 연기를 못하면 공염불이 되는 거잖아요. 예상 제작기간이 있는데 이걸 1년, 2년을 잡고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잖아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이나 스케줄이 있으니 여기에 무한정 매달릴 순 없는거고. 한정된 시간 안에서 주어진 제작 여건 안에서 해야 되는데 호랑이를 재현한다고 치면 모든 CG는 시간과 돈이에요.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거기에 따른 재정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더 좋아지는 거죠. 모든 게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콤한 건 아니니까요. 많이 불안했죠”

“근데 시사회 때 그 김대호 씨를 처음 보는 순간, 야 정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저는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제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연기를 했잖아요. 그 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감격스러웠어요. 너무나 반갑기도 하고 너무나 안도되기도 하고 그래서 행복이 막 밀려왔죠. 일단 ‘우리 김대호 씨 연기 잘한다. 됐다’ 했어요.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되는 지는 나중 문제고 이거에 서로 행복해하는 거죠”

“김대호 씨 싸가지가 없어서 기자회견 장에도 안 오고 촬영장에 한 번도 안 나오고 영화 잠깐 보고 가더라고요?(웃음) 너무 좋았어요. ‘대호’가 잘되면 다 우리 김대호씨 덕이에요. 최민식도 아니고 정만식도 아니고 성유빈도 아니고 우리는 그냥 서브고 김대호 씨 연기하는데 제대로 맞고 구르고 도와준 거예요. 아무리 ‘대호’가 얘기하는 주제의식이 이런 얘깁니다 거창하게 얘기해봤자 김대호 씨 못하면 말짱 꽝이거든요. 이건 CG팀과 김대호씨의 공이 100%예요”

영화 ‘신세계’에 이어 최민식과 두 번째 만난 박훈정 감독은 시사회 당시 “천만덕 역할을 떠올렸을 때는 최민식이라는 배우 밖에 없었다”며 “답은 최민식 밖에 없었다”고 최민식에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반대로 최민식 역시 박훈정 감독에 애정을 드러냈다.

“박훈정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은 맞아요 그 이야기들이 지금도 훌륭하지만 앞으로 더 나이를 먹고 해를 거듭하고 작품의 편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발전의 여지가 있는. 그런 건 믿어 의심치 않아요”

“이런 프로젝트, 속된 말로 이야기보따리가 많은 사람이에요. 곶감 빼먹듯이 ‘뭐 있는데? 내놔봐’ 이런 거였어요. ‘까봐, 뭔데? 한 번 보자’ 그러다 나온 게 ‘대호’예요. 리스크의 부담이 큰 줄 알면서도 완제품이 됐을 때, 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쾌감. 이거 하나만 바라보고 한 거예요. 어떤 자화자찬이 아니라 그만큼 우리가 기획할 때 순수했다는 반증도 되는 거죠. 우리가 주류에 있다면, 주류에 있는 거라면 ‘지금 안하면 못 한다’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이걸 기획할 때 순수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이런 위험부담이 있는 영화에 투자해준 배급사한테도 고맙고”

사실 최민식이 ‘명량’ 다음 작품으로 ‘대호’를 선택했을 때 대부분은 ‘명량’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 ‘천만덕’이 아닌 ‘대호’이듯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천만덕이 항일투사가 아니잖아요. 나머지 구경(정만식 분)과 칠구(김상호 분)도 동조해서 각자의 욕망대로 사는 거죠. ‘대호’같은 큰 범을 잡으면 집 한 채 나오니까. 호구지책이란 말이죠 그 사람들은. 우리가 ‘저 왜놈들 저지꺼리 하는데 동조해도 되겠냐’는 사람은 없어요. 류(정석원 분)는 조선인임에도 완장을 차고 앞장서잖아요”

“어떤 단지 일제 강점기라고 해서…. 이 ‘대호’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좋아했던 이유가 대놓고 총질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단순하잖아요. 결국 천만덕의 세계관과 가치관 때문에 마에노조(오스기 렌 분)의 탐욕을 끊어버린 거예요. 어떻게 보면 항일이 된 거죠? 목표를 좌절시켜버린 거니까. 우리는 항일이 목표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항일이 되어버린 거죠. 광의적인 해석으로 놓고 볼 때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이를테면 직접 저항해서 총을 들고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갖고 살아왔던 가치관이 어떻게 보면. 그런 것으로 그들의 침략 야욕이나 탐욕을 좌절시켜버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최민식은 마지막까지 스크린에 구현된 ‘대호’와 ‘대호’를 만들어 준 CG팀에게 감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호’ 속 호랑이 김대호 씨는 CG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을 지니고 있다.

“최근 가장 행복한 일은 김대호 씨 만난 거예요. 정말 술사고 싶어요. 그 양반한테(웃음). 연말에 망년회 한 번 해야 하는데. 그거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어요. 6개월이 뭐예요. 회의하고 1년, 2년 정도 되는 그 기간 동안을 골머리를 썩고 현장에 나가서 후반작업까지 이 모든 결과가 그 김대호 씨한테 달려 있는데. 그 김대호 씨를 봤을 때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한국 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 이후 관객수를 의식하는 시선이 많아졌지만 최민식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까지 그랬듯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바다도 가고 산도 가고 했는데 이제 하늘로 가라고요?(웃음) 바다고 산이고 없습니다. 그런 건 없어요, 제 느낌대로 가는 거죠. 이것도 인연이에요. ‘하고 많은 작품 중에 왜 이걸 골랐을까?’ 그건 바보가 아닌 이상 저도 나름대로 경력이 있는데 왜 이런 거 저런 거 생각이 안 들겠어요. 어떻게 자꾸 마음이 일로 가는데. 그게 제일 마음 편해요. 고생하더라도. 누굴 탓할 것도 없고 내 마음이 가는 곳으로 ‘이런 세상에서 이런 인물이 돼 소통하고 싶다’, ‘이런 인간이 되어서 이런 세상에 살아보고 싶다’ 지금까지 그랬어요”

“그래서 영화가 잘되면 물론 좋은 거고 안 돼도 누굴 탓할 것도 없고 후회는 없어요. 대중의 상업적 평가 그런 것들이 ‘명량’ 이전에 훌륭했던 건 아니에요. ‘파이란’도 말도 안 되는 스코어였어요. 일주일 만에 극장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으니까. 그런데 후회는 없어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무책임할 수 있는데 10명의 관객만 봐도 정말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출연하고 우리가 이 작품을 만들 때 어떤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었나 그걸 같이 느꼈다고 하면 너무 좋은 거예요. ‘파이란’ 찍을 때도 그런 경험을 많이 했어요. 너무 보람이 있더라고요. 생전 극장에 1번 올까하는 아저씨가 영화 너무 잘 봤다고 하셔서(웃음)”

(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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