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승우, 깊고 진한 그의 영화 열정

노윤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6-01-07 16:57:34 수정시간 : 2016-01-07 17:09:42

[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그 발언으로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겸손발언도 아니었고 솔직한 내 심정이었거든요”

영화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승우는 다소 민망한 듯 그렇게 말했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책임감,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의도치 않게 영화에 다른 방향의 관심이 쏠리게 한 결과를 낳았던 바, 김승우는 자신의 발언으로 영화 개봉 전부터 잡음이 있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먼저 전했다.


“처음 촬영을 시작했을 때부터 초지일관 생각했던 건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서의 기능만 다 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촬영장에서의 좋은 느낌 때문에 스스로 기대치가 높았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과장되게 홍보를 했었는데 막상 보니 그 정도는 아니던 것 같아서 미안함을 갖고 있었죠. 그 발언으로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겸손발언도 아니었고 솔직한 내 심정이었거든요. 누구보다 이 영화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우리 영화 흥행에 제가 초를 칠 이유는 없잖아요.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5년 만에 극장가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된 작품이고, 현장이 워낙 즐거웠기에 완성작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더욱이 ‘잡아야 산다’는 김승우, 김정태 등이 소속되어 있는 더퀸 D&M㈜의 창립 작품이다. 소속사 작품이라고 다른 작품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책임감은 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하지 않겠노라 주장했던 액션씬도 결국은 멋지게 소화했다.

“원래 현장에서 합 맞춰서 하는 게 다였는데, 액션스쿨을 한 달 정도 다녔어요. 재미있더라고요. 영화의 내용과 관계없이 액션씬만으로는 굉장히 잘 나온 것 같아요. 저도 만족스러웠어요. 액션을 끝까지 안 하겠다고 했었는데, 감독님이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셔서 큰 액션씬이 세 장면이나 들어갔죠”

“잘 나가는 건달 출신 CEO가 고등학생들을 PC방에서 때리는 것 자체가 관객들에게 무슨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겠나 싶었죠. 원래 영화 속에 나오는 야구단도 고등학생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른들이 고등학생을 때리는 게 무슨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냐고 계속 어필했더니 사회인 야구단으로 바뀌었더라고요”(웃음)

‘잡아야 산다’는 잘 나가는 회사 대표 승주(김승우 분)와 매번 허탕 치기 바쁜 형사 정택(김정태 분)이 겁 없는 꽃고딩 4인방과 벌이는 심야 추격전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버디 코미디 형식을 따르는 이 영화에서 김승우는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김정태와 호흡을 맞췄다. 오랜 내공에서 나오는 안정된 연기력을 자랑하는 두 배우가 만나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까, 이를 보는 것 역시 영화를 보는 한 가지 재미일 터. 하지만 김정태와의 호흡에 대해 김승우는 예상 외로 앓는 소리를 먼저 했다.

“아주 친하고 제가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을 가진 배우인데, 막상 같이 작업하니까 처음엔 불편하더라고요. 친해서 불편한 게 아니라 예측 불가한 애드리브를 던지니까. 처음에는 그 애드리브가 영화 상황에 녹아들까라는 걱정이 들었어요. 그런데 편집을 해놓고 보니까 절묘하게 녹아들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믿음이 생겼죠”

“다만 밤 씬이라 해 뜨기 전에 빨리 찍어야 하는데, 그 친구 때문에 웃겨서 촬영을 못할 때가 있었어요. 웃음이 진정이 안 돼서 미치겠는 거예요. 애드리브 잘하는 배우들하고 많이 작업했는데, 애드리브 내공만 따졌을 때 김정태는 제가 만난 배우들 중 최고예요”

김승우는 또한 '잡아야 산다'에서 4명의 풋풋한 신예들을 이끌어야 했다. 한상혁, 신강우, 김민규, 문용석,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신인들과 호흡을 맞춰 배우로서 ‘채색’이 덜 된 그들에게 ‘색을 입히고’ 그걸 직접 확인하는 작업은 베테랑 배우인 김승우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저랑 김정태 씨 연기 경력이 훨씬 많다고 해도 같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거다, 이런 이야기는 못해요. 우리도 그 아이들을 존중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다만 촬영장에서의 자세 등에 대해 알려줄 때 스펀지 같이 흡수하더라고요”

“촬영 끝나고 그 친구들이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가식일지언정 기분이 좋더라고요. 제가 조금이나마 이 아이들한테 도움을 준 건가 싶고. 대학교에서 가끔 선생님을 해달라고 제의 올 때마다 아직 이르다, 나부터 잘하고 가르치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나의 가르침이 그 친구들을 통해 발현되는 것을 보고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1월부터 회사의 신인들과 스터디를 합니다”

“젊은 배우들 연기를 보면 부러운 부분이 많아요. 저는 항상 ‘내가 네 나이 때는 그 정도 못했다’라고 말하거든요. 요즘 젊은 배우들은 다 준비가 돼서 현장에 나오는 것 같아요. 저희 때는 대부분 현장에서 몸으로 깨우치는 게 많은데, 요즘 아이들은 현장 나오기 전에 이미 많은 트레이닝을 거쳐서 왔고, 그래서 카메라를 덜 두려워해요. 아이돌 가수들이 유난히 작품 활동할 때 저랑 많이 엮이는데, 그 아이들을 보면서 ‘처음 한다면서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라는 느낌이 들고, 부럽죠”

앞서 여러 번의 인터뷰를 통해서 영화 연출에 대한 관심을 보였던 김승우. 이미 홀로 작업한 시나리오도 꽤 모였을 정도이며, 최근에는 20여분 분량의 단편 영화 한 편을 연출하며 본격적으로 감독 데뷔 행보를 걷고 있다. 같은 소속사 신인배우 6명을 두고 시나리오 작업했다는 영화의 제목은 ‘언체인드 러브’. 후배들에게 영화 현장에 대해 알려주고, 후배들의 홍보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해당 영화는 영화제 출품 등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정통 멜로 영화가 ‘실종’된 상황에서 김승우는 양조위·장만옥 주연의 ‘화양연화’ 같은 멜로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 극장가 풍경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대작 아니면 너무 ‘작은’ 영화뿐이고 브릿지 역할을 하는 작품이 없다. 정통 멜로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그럼 연출자 혹은 제작자로서의 김승우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멜로를 좋아해요. 저는 모든 영화에 멜로가 들어가야 영화라는 형식이 완성된다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인데, 현실적인 입장에서는 멜로가 돈이 안 된다고 하네요”(웃음)

“요즘 쓸 데 없이 컷이 많고 스피디한 영화가 많은데,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영화들이 몰입이 잘 안 돼요. 기본적으로 앵글 같은 것도 ‘버텨놓는’ 걸 좋아하거든요. 버텨놓으려면 가장 중요한 건 드라마하고 스토리라고 생각하는데, 진한 이야기, 컷을 많이 안 나눠도 여운을 줄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당연히 상업영화이니 돈도 벌어야 하겠지만, 5년쯤 있다가 다시 봐도 좋은 영화를 하고 싶은 거예요. 컷이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영화 말이에요”

“(40대인) 제가 20-30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이 울컥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연기를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제가 거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제작과 연출인 거죠. 그런 식으로라도 저에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에 참여를 하고 싶은 거예요. 배우의 길은 계속 가면서 배우로서 참여할 수 없는 작품에는 다른 방식으로라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인 거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공백기를 거쳐 다시 대중과 만나기 시작한 김승우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아꼈다. 다만 “3년 쉬었으니까 3년 정도는 더 달리지 않을까요”라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을 뿐. 일단 정통 멜로 ‘두 번째 스물’ 촬영을 마쳐 이미 지난 10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했다. 2016년에는 배우로서는 물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김승우를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3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내가 3년을 쉬었어?’ 이런 생각이 안 들 정도예요. 지금 어떤 목표나 계획을 세운 건 없어요. 가을에 어떤 작품을 하자는 이야기는 있는데, 그것도 가봐야 아는 거죠.(웃음) 굳이 어떤 계획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계속 글 쓰고, 책 보고…. 이러다 3년 있다 나올지도 모르고요. 다만 어떻게든 현장의 소중함, 즐거움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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