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성 “현장에선 차갑고 무서운 선배였죠”

윤소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6-01-08 14:51:52 수정시간 : 2016-01-08 14:53:57

[헤럴드 리뷰스타=윤소정 기자] 독특한 소재의 영화. 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영화도 아니다. 제작자와 배우를 동시에 해낸 정우성은 ‘나를 잊지 말아요’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나를 잊지 말아요’가 다른 멜로 영화와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차분히 짚어나갔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다른 멜로와 달리 분명히 독특한 점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주연 배우들이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미스터리한 반전들이 숨어있다. 또한 막연한 사랑을 넘어선 부모의 사랑처럼 내리사랑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배우로서는 이 영화가 약간 미덕이 있는 영화이니깐, 많은 사람들이 보시고 사랑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제작자로서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 저 스스로를 제작자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선배로서 후배를 바라보고 이끌기만 했죠. 그런데 관객분들이 보시기엔 제작자로서 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항상 ‘내가 제작자로서 잘 했나’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죠”

하지만 정우성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나를 잊지 말아요’가 기억과 관련된 영화라는 점이다. 앞서 정우성은 손예진과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통해 정통멜로의 방점을 찍은 바, 기억과 연관된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랬다면 안 했을 거예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우려먹는 거였다면요. 후배가 그런 영화의 감독을 하겠다면 정말 반대했겠죠.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좋은 멜로로 각인되어 있어서 그것 때문에 ‘나를 잊지 말아요’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기억이라는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 같을 뿐 ‘나를 잊지 말아요’는 분명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다른 영화예요”

정우성은 제작발표회를 시작으로 언론시사회, 라이브 톡 등에서 ‘나를 잊지 말아요’를 진영(김하늘 분)의 영화라고 말하고 있다. 제작사와 배우의 입장에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더 주목받길 바라는 것은 당연할 마음이겠지만, 정우성은 일관된 마음으로 김하늘이 더 주목받길 원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나리오를 애초에 봤을 때 석원은 기억에 대한 코드를 가지고 있고,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부분 기억상실증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진영은 현실적이고 보듬어주고 싶은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죠. 오히려 기억을 잃어 슬픈 석원보다 영화가 끝나고 현실적인 아픔을 직시하고 있는 성숙한 여자인 진영이 중점이 되길 바랐어요”

“김하늘 씨에게 부담을 주고 싶은 것도 아니고 짐을 짊어 주고 싶지도 않았어요. 김하늘 씨에게도 촬영을 할 땐 그런 얘기를 전혀 안 했고요. 석원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은 아니잖아요. 모든 걸 외면하고 회피하고, 자기 보호를 위한 이상한 기억상실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래서 더욱 진영의 영화가 되길 바란 것 같아요. 여기엔 상처를 이겨내는 남과 여의 대비도 담겨있고요. ‘여성이 더 이별에 대해 굳건할 수 있겠구나’라는. 석원이 주인공이지만 석원은 조금 얄미운 것도 있어요. 그래서 진영이가 더 보호받아야하는 인물인 것 같아요. 정말.(웃음)”

영화 속 김하늘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부터 정우성은 김하늘을 향한 달달함이 묻어나온다. 인터뷰 도중 김하늘을 언급할 때마다 그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면 자신의 SNS는 “예쁜 하늘이와”라는 짧은 메시지와 함께 김하늘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 그는 김하늘과 호흡에 있어서도 완벽했음을 자부했다.

“사실은 어떤 사람과 배우를 만날 때 선입견을 두고 만나지는 않아요. 첫 호흡을 맞춘다고 해서 ‘어떨까? 이러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은 안하는 편이에요. 김하늘 씨를 작품을 통해서 봤을 땐 로맨틱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표현하는 게 굉장히 여성스럽더라고요. 아무리 연약한 친구여도 현장에서는 모두들 여배우에게 터프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 그런 부분엔 우려가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김하늘 씨를 만나보니깐 자기 처세에 대해 무척 솔직 담백하더라고요. 여배우는 대부분은 자기만의 울타리를 치는데 김하늘이란 배우는 전혀 그런게 없었어요”

현재 스크린에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로맨틱은 있어도 가볍기만 할 뿐, 묵직한 정통 멜로는 찾아볼 수 없는지 오래다. 그렇지만 정우성은 언제나 멜로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까지 꺼내며 멜로에 대한 갈증을 얘기했지만 단순한 유머로만 보이지 않았다. 멜로에 대한 마음은 유머가 아닌 진심이어고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처럼 보였다.

“멜로 장르에 대한 애정은 언제나 가지고 있죠. 저도 아름다운 멜로 영화를 볼 땐 정말 행복하거든요. 다른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들을 때도 ‘어떻게 그렇게 만났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아마 더더욱 그런 마음을 갖는 게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자와 가까이할 수 없었어요. 대학을 안 가서 미팅이나 과팅, 소개팅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요. 여성에 대해 굉장히 서툰 사람이죠. 그러다보니깐 이성에 대한 판타지가 있어서 멜로를 보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사실 이성에 대한 감정은 태초부터 궁금증과 갈증을 가지고 있으니깐요. 그래서인지 배우로서 표현 욕구가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은 사랑이 필요한 시대예요. 그런데 다들 인간의 본성으로서 기본적인 것에 대한 결핍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현재 영화들은 사랑이야기보다는 너무 다른 남의 이야기, 내 이야기가 될 수 없는 걸들로 너무 번잡하죠. 내가 온전히 나라는 인간으로서 교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관객들은 늘 기다리고 있고 바라고 있다고 저는 항상 생각하거든요”

제작자와 배우, 두 가지의 모습으로 촬영 현장에 서야했던 정우성은 두 가지 모두 열심히 하기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촬영이 끝나도 촬영장을 벗어나지 않으며 쓰레기를 치우고,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먹는 밥차까지 신경 쓸 정도였다고. 그렇다고 배우로서의 모습에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현장에선 차갑고 무서운 선배였어요. 이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면 의미를 부여할 겨를이 없더라고요. 그냥 각자 맡은 입장에서 잘 해나갔어요. 신인 감독이기에 모자른 부분은 너무 많았지만 따뜻한 말로 보듬어주진 않았죠”

“저는 그 외에 별난 것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웃음). 촬영이 끝나고 주변 철수를 할 때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고, 밥차가 오면 ‘밥도 맛있냐’고 물어보고. 사실은 제작자들이 현장에 잘 오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배우로서 현장을 지켜보고 후배들의 미진한 모습을 보고 챙겨줄 수 있어서 무척 좋았어요. 아마 제가 출연하지 않은 영화에 제작을 맡았다면 또 다른 교육을 시키지 않았을까요?”

마지막으로 그는 요즘 영화계와 자신이 왜 제작을 맡으면서 가장 하고픈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정우성이란 배우에게서 제작이란 말이 나올 때마다 그의 표정은 희열에 가득찬 것처럼 비쳐졌다. ‘나를 잊지 말아요’가 현재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생각을 가진 정우성 덕분이 아닐까.

“영화가 너무 양극화가 돼 있어요. 천만 영화보다 이백 만, 삼백 만하는 영화들도 많이 나와야 해요. 요즘 다양성 영화를 많이 찾는데 이건 관객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제작자가 만드느 거죠. 영화인들이 노력을 안 한다면 관객들이 선택할 옵션이 없어요. 그러면 점점 보기 편한 영화를 선택하게 되겠죠. 한국 영화계도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뉘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개봉만 하면 모두 메이저로 분류되잖아요. 중˙저예산 영화도 만들어서 거기서 꿈을 쌓고 성숙한 실력으로 메이저에 뛰어들어야한다고 저는 보거든요. 그런 실력을 펼칠 때 고 퀄리티 영화가 나오는 거고요. 하지만 이게 펼쳐져있으니깐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도태되는 것 같아 너무 아쉬워요”

“‘나를 잊지 말아요’는 영화계의 선배로서 조금 더 성숙한 자세를 확립할 수 있는 계기를 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필모그래피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평가이든 영화를 대하는 나의 생각을 조금 더 성숙하게 확립시킬 수 있던 것만으로도 저에게 큰 가치를 준 작품이에요. 하지만 저의 이런 의미와 의도를 관객에게 강요할 수 는 없겠죠(웃음)”

(사진=박푸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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