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태, “대중에 바라는 것, 작품에 대한 관심 하나예요”

노윤정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6-01-12 17:12:33 수정시간 : 2016-01-12 17:22:52

[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배우 김정태를 생각하면 코믹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웃기다’. 영화 속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승우는 김정태를 가리켜 “애드리브 내공만 따졌을 때 제가 만난 배우들 중 최고”라고 평했을 정도. 코믹·능청 연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정태가 첫 주연작 ‘잡아야 산다’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영화 ‘잡아야 산다’는 잘나가는 회사 대표와 매일 허탕만 치는 강력계 형사가 겁 없는 고등학생 4인방에게 중요한 물건을 빼앗기면서 벌어지는 심야 추격전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제작보고회 당시 배우들 모두 ‘큰 웃음’을 자신했던 터. 하지만 첫 시사회를 마친 배우들은 솔직하게 아쉬운 평을 전했고, 특히 김승우의 발언은 크게 화제가 됐던 바 있다. 그 현장에 함께 있었던 김정태는 김승우의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작품에 대한) 욕심이 컸던 거죠. 매일 끝나고 회의를 하고, 녹초가 된 채 새벽에 들어가서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일어나서 또 촬영하고. 신경을 쓴 만큼 관객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까움,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죠. 그런 것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말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그 부분만 부각해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승우 형이 영화에 대한 지식이랄지, 상식, 열정, 영화를 보는 시각이 굉장히 높습니다. 본인이 철저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 같아요. 안 된 걸 잘 됐다고 말하는 것도 거짓말이잖아요. 배우의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거니까 용기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영화 외적인 이슈들 때문일까, 김정태는 영화에 대한 감상을 묻는 질문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잡아야 산다’는 김정태의 생애 첫 주연작, 그리고 소속사 더퀸 D&M㈜의 창립 작품이다. 매 작품 최선을 다했지만, 부담감의 무게는 보다 무거워졌다.

“그냥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에요. 그래도 저는 찍는 사람이지 관객이 아니니까, 관객들이 보시기에 좋은 감정이 드는 게 중요한 거지 제가 어떻게 보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보는 분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이 가는 거죠. 제가 좋게 본다고 작품이 잘 되는 건 아니니까, 담담한 편이에요. (…) 제가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눈높이, 철학을 좀 더 심도 깊게 담아내려 노력을 했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늘 있죠. 생애 첫 주연작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제작한 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큰데, 조심스러운 입장이에요”

“아쉬웠던 부분이요? 캐릭터의 깊이랄지, 개연성, 희극적인 요소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어요”

아쉬움이 크다는 건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다. 스스로가 말하길 노력도 고생도 정말 많이 한 작품이다. 그럼 어떻게 ‘잡아야 산다’라는 작품에 출연하게 됐을까? 그 이유에 관심이 갔다.

“인연이 돼서 이렇게 참여하게 됐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를 할 줄 알았는데, 급작스럽게 영화를 하게 됐죠. (…)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신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보여줬던 캐릭터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좀 조심스러웠어요. 연기할 때 너무 설정을 한 건 아닌가 하는 고민들도 있었고요. 기존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캐릭터잖아요. 어떻게 하면 캐릭터 구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딱히 할 게 없더라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동안 해온 게 있었다’고 말씀드릴게요”(웃음)

“시나리오 상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부분도 함께했죠. 연기는 제 3의 창조자라고 항상 생각을 해요. 제가 일정 부분 창조적 역할을 했죠. (…) 대부분 의상 선택, 헤어스타일은 다른 작품 할 때도 거의 다 제가 정해왔어요”

제작보고회에서 ‘감동은 몰라도 재미는 있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촬영 현장에 있었다. 하지만 웃느라 NG를 내고 현장 사람들을 뒤집어 놨던 장면들은 아쉽게 편집 과정에서 빠져야 했다. 이에 김정태는 “너무 많이 웃어서 못 살린 것들이 많아 아쉽죠. B컷들이 붙어서 상영이 된 거예요. A컷들이 붙었으면 300만 관객은 들었을 텐데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만큼 ‘잡아야 산다’ 촬영현장은 유쾌했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소위 ‘작은 영화’다 보니 촬영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배는 시간에 쫓겨야했고, 더욱이 극 대부분의 시간적 배경이 ‘밤’이다 보니 짧은 여름 해가 지기 전에 촬영을 마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또한 김승우와는 같은 회사 식구고 워낙 친한 사이였다. 평소 친분이 있는 만큼 촬영이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친한 만큼 더 배려해야 하는 부분도 많았다. 더욱이 김정태는 촬영 중 뇌수막염을 앓는 등 배우들 모두 고생하면서 찍은 작품임이 분명했다.

“코미디 영화가 웃으면서 찍는 영화가 아니에요. 관객을 즐겁게 하기 위해 찍는 영화지, 우리가 즐거운 영화는 아니에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사실은. 3주간 매일 촬영 끝나면 링겔을 맞고 다녔어요. 매니저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또한 김정태와 김승우는 ‘잡아야 산다’에서 한상혁, 신강우, 김민규, 문용석 등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들을 이끌어야 했다. 영화 속에서 ‘꽃고딩’ 네 사람의 풋풋한 매력이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 수 있었던 데는 베테랑 선배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

“신인인데 잘 하겠어요? 잘하는 게 이상한 거죠.(웃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줬고, 아이들도 열심히 했어요. (…) 타고난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하면서 커가는 거죠. 처음에는 아이돌 아이들은 연기 선생한테 배운 그대로만 해 와요. 연기는 60~70%만 준비를 해오고 여백이 있어야 해요. 외워 와서 그것만 하면 살아있는 연기가 안 돼요. 열 번 하면 열 번 다 조금씩 다르게 변주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외워서만 하는 거예요. 그러면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못 해요. 아이들은 그런 연습이 안 되어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이야기해준 거죠”

방송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입담이 거침없고 참 솔직한 김정태에게 ‘잡아야 산다’를 봐야 하는 이유 하나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제가 보라고 한다고 보시겠어요”라며 말을 아낀다. 홍보를 위해서라 빈말로라도 재미있다고 할 법한데 참 한 결 같다 싶었다.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라며 조심스러워 하던 그는 “전개가 스피디하고 어려운 영화가 아니니까, 웃을 준비를 하고 보시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코미디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웃음’이니까.

인터뷰 말미, 김정태는 2016년 한 해 몇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1년 반 정도의 휴식기 아닌 휴식기를 가졌던 그였다. 아직도 대중 앞에 나서는 것에 어느 정도는 몸을 사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도 이제 바빠질 것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서 앞으로 연기자 김정태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배우로서 좋은 평가 못 받을 때 속상해요. 건달 연기를 한 십년 했는데 그때도 저한테 그런 연기밖에 안 한다고 그랬어요. 그거 끝나고 이쪽(코믹 연기)으로 넘어오니까 또 이것만 한대요. 영화계가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치열한 곳이에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또,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그렇게 센 역할과 희극적 역할을 왔다 갔다 하는 배우도 많지 않거든요. 그래도 앞으로는 더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 장르나 캐릭터 상관없이 퀄리티 있는 시나리오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대중 분들에게 바라고 싶은 건 제가 나오는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것, 그거밖에 없어요”

(사진=박푸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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