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연석, “미워 보이지 않으려 캐릭터의 사연 만들었죠”

윤지원 기자 idsoft3@reviewstar.net
입력시간 : 2016-01-13 13:28:29 수정시간 : 2016-01-13 16:51:14

[헤럴드 리뷰스타=윤지원 기자] 지독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던 배우는 어느새 순정남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엔 처음 만난 여자에게 다짜고짜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라고 말하는 ‘맹공남’으로 또 한 번 변신했다. 배우 유연석의 변신은 의아하면서도 신선하다.


유연석은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 마음만 먹으면 다 되는 남자 ‘재현’ 역으로 분해 능글맞은 작업스킬을 펼친다. 농구선수 출신다운 훤칠한 키와 탄탄한 몸매, 여심을 사로잡는 꽃미소, 하룻밤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과도한 오픈 마인드까지. 그의 색다른 변신은 지난 4~5년 간의 행보와는 또 다른 발걸음이었다.

“’응답하라 1994’를 하고 나서 정말 많이 바빠졌고, 쉴 틈 없이 달려왔어요. 예전보다 기회가 많이 주어져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말고도 하고 싶은 것까지 할 수 있게 되었죠. 요즘은 제 목소리를 내서 하고 싶은 작품들 위주로 하고 있어요. 뮤지컬 무대에 오른 것도 그런 바람 때문이었죠”
영화에서 드라마로 그리고 뮤지컬로, ‘종횡무진’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유연석은 차곡차곡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새롭게 선택한 ‘재현’은 그가 연기했던 이전의 수많은 캐릭터와는 또 다른 결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었다.

“감독님께서 ‘수정’에게 건네는 대사를 일상적인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말해달라고 요구하셨는데, 그게 제일 어색했죠. 처음 보자마자 들이대는 성격도 아니고, ‘재현’의 작업멘트들이 쉽지 않은 대사잖아요. 그런데 익숙해지니까 ‘재현’만의 매력이 있더라구요. ‘재현’의 능청스러움은 분명 제 안에도 있는 성격이었을 거에요”

“‘수정’에게 들이대는 장면만 보면 ‘재현’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죠.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재현’의 연애 방식이 남들과 다를 뿐이지 결코 진솔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제 나름대로 ‘재현’ 역시 ‘수정’ 못지 않은 깊은 사랑을 했었고, 그로 인한 아픔도 겪었을 것이라고 캐릭터를 설정했죠. 그래서 이 영화를 끝까지 봤을 때 ‘재현’의 사랑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길 바랐어요.”
유연석은 ‘재현’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수정’에게 건넨 우유에 꽂아둔 빨대 위 남겨둔 비닐, 자신의 어깨를 비에 다 적시면서도 ‘수정’의 발마사지에만 집중하는 ‘재현’의 모습은 유연석이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영화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의 과거사를 고민하고 ‘재현’의 사정을 이해하려 했다. 강렬한 악역에 비하면 깊은 인상을 남길 수는 없겠지만 어깨에 힘을 뺀 유연석은 ‘재현’과 하나가 되었다.

“잘 어울리고 편한 연기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사실 캐릭터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진 않아요. 캐릭터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현실에서 유사한 인물을 찾아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죠. 다만, 너무 완벽하고 잘난 사람은 편하지 않아요. 저도 부족함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픔이 있는 캐릭터에 더 공감이 가요”

“장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라서 다른 영화에 비해 편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영화의 제목처럼 그날의 분위기에 맞춰 연기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생각지 못한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죠. 기존에 했던 연기와 다른 연기를 펼쳐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원래 그런 성격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웃음)”

유연석은 자신의 연기로 관객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 만난 캐릭터로 로맨스까지 펼쳐야 했던 유연석은 철벽녀 캐릭터를 연기한 문채원과의 호흡 속에서 그녀의 매력까지 발견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근 몇 년간 제 또래 여배우들과는 거의 다 호흡을 맞춰본 것 같아요. 너무나 행운이고 영광이죠.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문채원 씨를 떠올린 건 드라마 ‘굿닥터’ 때문이었어요. 보이시한 매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여성스럽고 차분해요. 본인의 생각도 뚜렷하고 문채원만의 매력이 있어요. 살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오히려 영화에서 제 캐릭터처럼 제가 먼저 다가가고 리드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죠”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대세 배우의 반열에 오른 유연석은 ‘응답하라 1988’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연석은 밀크남 칠봉이와 닮은 유약한 모습의 최택(박보검)에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응답’시리즈의 선배로서 유연석은 ‘응팔’의 배우들과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응답하라 1994’는 저에게 남다른 작품이에요. 아마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 마찬가지일 거에요. ‘응팔’의 배우들 역시 ‘응사’를 시작할 때의 저와 똑같이 ‘이번에도 사랑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었어요. 분명 두렵고 힘든 촬영이 되겠지만 모든 배우들이 빛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조언을 해줬죠”

‘응답하라 1994’의 히트는 물론 현재 공연에 한창인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유연석. 스크린에서만 아쉬운 성적을 남겼던 그는 영화 ‘그날의 분위기’의 흥행 분위기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흥행은 배우의 고민으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응사’ 이전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있었고, 배역의 크기와 관계없이 작품에 임하는 마음은 늘 한결 같았어요. 분명 잘 되는 작품이 있을 것이고, 그게 ‘그날의 분위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죠. 일단은 저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만족해요”

(사진: 서보형기자)
  • 오늘 하루 이 창을 열지 않음
  • close